죽음은 누구나 언젠가는 겪게 될 일이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알 수 없는 죽음을 피하려 할 필요도 없다. 참 공평하게도 죽음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삶이다.

그럼, 아이들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랑하는 강아지가 아이의 곁을 떠난 후 엄마는 나를 두고 절대 죽지 말라는 아이의 간절함에 어른인 우리도 나의 죽음을, 주변의 죽음을, 예고 없는 죽음을 생각해 보지 못했기에 아이 눈높이에 맞는 그림동화 한 권 꺼내 아이에게 다가가야 할 것 같다.

<내가 함께 있을게>의 주인공 오리는 이리저리 바쁜 삶을 지내다 어느 날 죽음을 대면하고 공포스러운 죽음과 일상을 함께 하며 차츰차츰 죽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앞뒤 표제의 한 마리 오리와 검정 튤립에 이끌려 단숨에 그림과 글을 읽게 되는 짧은 내용으로 책 제목 뒤 “걱정 말고 이제는 떠나도 돼”라는 말이 툭 흘려지듯 아주 진한 마음 속 여운을 남기는 잔잔한 그림동화다.

저자 볼프 에를브루흐는 독일에서 태어나 1980년대 말부터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해서 1993년에 <아빠가 되고 싶어요!>로 그림책 부문 독일 아동문학상을 받았으며,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는 그가 그린 대표적인 그림책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오리가 멈춰 뒤를 돌아본다. “와, 드디어 내가 있는 걸 알아차렸구나. 나는 죽음이야” 해골머리에 검은 튤립을 뒤로 감춘 채 오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죽음은 늘 함께였다고 한다. 오리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죽음에 대해 죽음은 친절한 친구처럼 설명해 준다.

오리가 연못에 가자고 하자 축축한 곳을 싫어하는 죽음은 겁이 났다. 추워하는 죽음을 오리는 따뜻하게 안아준다. 삶의 따뜻함을 죽음이 잠시나마 느낄 수 있도록. 이번엔 죽음이 나무에 올라가자고 말한다. 아래 보이는 연못을 보고 오리는 “내가 죽으면 저렇겠구나, 연못 혼자 외로이. 나도 없이.” 죽음은 “네가 죽으면 연못도 없어져. 적어도 너에게는 그래.” 하고 말한다. 너무 안쓰럽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추워. 나를 좀 따뜻하게 해줄래?” 죽음이 오리의 손을 잡아준다. 부드러운 눈이 나풀나풀 내릴 쯤 죽음은 오리를 안고 강물로 가서 검은 튤립을 가슴에 얹고 물 위에 띄운다. 떠내려가는 오리가 보이지 않자 죽음은 조금 슬퍼한다. 그것이 삶이었다고.

책 속 ‘죽음’의 해골머리 구부정한 모습이 온화한 할머니가 연상되기도 한다. 이미 떠난 그리운 할머니를 아이들이 일상 속 순간순간 느꼈던 그리움과 행복으로 받아들이듯 죽음 또한 같은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저자는 속삭이듯 말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죽음에 대해 얘기해 주지 않았기에 삶이 더 무거웠던 거라고. 그러니 매일 삶을 살아내는 온전함을 누리다 보면 언제 올지 모를 죽음을 비로소 이해할 용기가 자연스럽게 생길지 모른다고. 책을 읽은 후 나의 죽음을 생각하며 속삭인다. 그것이 삶이라고.

                                              김향수<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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