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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아닌 사람이 돼라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 안산신문
  • 승인 2019.06.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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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창호라는 말을 아십니까? 이 말은 원래 “벽창우(碧昌牛)”라는 말인데, 시간이 흘러 ‘벽창호’로 바뀐 말입니다. 여기서 벽창(碧窓)이란 평안북도의 벽동군과 창성군을 말하는데, 두 지방의 소는 다른 곳의 소보다 유난히 덩치가 크고 성질이 억세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고집이 세고 고지식하고 성질이 억센 사람을 두 지역의 소에 비유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비롯하여, 고집만 세고 고지식하고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벽창호’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그럼 벽동군과 창성군의 소는 왜 유달리 덩치가 크고 성질이 억세게 되었을까요? 지도를 찾아보니까, 두 지역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북방지역입니다. 말 그대로 가장 추운 곳입니다. 거칠고 추운 환경에서 버티려면, 덩치가 커야 되고 성질이 억셀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이 소들이 다른 곳에 가서도 그 성질 그대로 억세게 살려고 한다면, 문제가 되겠죠? 이러한 몇몇 경험들이 쌓여서, 벽창우, 그리고 벽창호라는 말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것으로 보입니다.

농경시대에는 벽창우들이 사람들을 답답하게 했다면, 오늘날에는 사람의 탈을 쓴 벽창우들이 우리 세상을 답답하게 만드는 일을 종종 겪습니다. 얼마 전 어떤 분이 저에게 상담을 요청해왔습니다. 이분은 친구들과 함께 동업하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동안 하루하루 신중하게 회사를 이끌면서, 호황도 경험하고 웬만한 위기를 이겨내는 튼실한 기업으로 운영해왔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이 기업이 주력하던 사업도 사양길로 접어듭니다. ‘세상은 변하는데,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고민하던 이분이 동업하던 친구들을 불러서 업종을 바꾸자고 제안했는데, 다른 친구들이 반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잘 되고 있었는데, 이 업종으로 오랫동안 성공했는데 왜 바꾸려고 하냐?” 그냥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반발이 점점 심해지더니, 관계가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서 동업을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저에게 물어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어른의 경험과 지식은 하룻밤 사이에 나오는 지식과 정보를 이길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지만, 더 치열한 경쟁과 시시각각 변하는 속도로 인해서 고민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과거의 경험과 그동안 배웠던 지식에 더 집착하고 고집을 부리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좋은 전통은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온 세상의 역사를 보면, 변해가는 세상을 잘 받아들인 사람이 앞섰습니다. 다시 말해서, 잘 받아들이고 잘 들은 사람이 세상을 이끌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습니다.

이럴수록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좋았던 추억에만 얽매이지 말고, 우리의 오감을 열어서 젊은이와 아이들의 생각에 눈을 맞춰보면 어떨까요? 고집만 부리지 말고,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만 열어보면 어떨까요? 편견에 얽매이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겁 없는 축구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처럼 열릴 때, 세상은 우리 것이 될 것입니다. 소처럼 되지 말고, 사이에서 함께 사는 인간이 되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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