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 무덥습니다. 이제 6월인데 반팔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사실상 여름이 시작된 지금, 몇몇 분들에게 ‘무엇이 떠올리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어떤 분은 6월이 되자,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어릴 때 하던 모내기가 생각난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떤 분은 6월이 되자, 곧 있을 휴가를 기다리게 된다고 말합니다. 또 어떤 분은 더 나아가 좋은 휴가를 보내려면 반드시 필요한 한 가지, 바로 다이어트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똑같은 더위를 느끼는데, 이처럼 사람들은 자기의 입장에서 다양한 것을 떠올립니다. 그러다보니 각자의 관심사도 다르다고 합니다. 유유히 흐르는 안산천을 보고, 어떤 사람은 부모님 계신 시골의 저수지를 떠올리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많이 가물어서 걱정했는데, 최근에 비가 와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한편 어떤 분은 유유히 흐르는 안산천을 보면서, 휴가 때 가게 될 계곡이나 바다를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한편 어떤 분은 유유히 흐르는 안산천이 아닌 다른 것에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바로 안산천을 거니는 사람들의 몸매를 보면서, 사람들의 운동 상태를 보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곳에 있어도, 서로의 환경과 경험, 관심사에 따라서 떠올리는 것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릅니다. 그래서 웃을 수 없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옛날 중국 위(衛) 나라에 ‘미자하’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미천한 신분에 있었지만, 임금의 총애를 받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임금 옆에 있던 그가 시골의 어머니가 병세 악화로 누워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경황이 없었던 미자하는 임금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임금의 수레를 타고 시골집에 갑니다.

이 당시 국법은 임금의 허락 없이 임금의 것을 쓰면 목을 베게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임금은 ‘아주 좋은 효자’라면서, 미자하를 칭찬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미자하가 왕에게 몇 가지의 잘못된 처신을 합니다. 그러면서 임금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수시로 역정을 내고 미자하를 미워합니다. 그때마다 했던 말이 있는데, 바로 ‘저놈이 과거에 내 허락도 없이 내 수레를 제멋대로 타고 다녔다’는 것이었습니다. 똑같은 사건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지니까 생각하는 것이 달라진 것입니다.

저마다 인생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똑같은 상황이라도 같이 볼 수 없습니다. 누구도 같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여의도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회사에서는 기성세대와 젊은이들이 서로의 다름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멀리 볼 것 없습니다. 집에만 가면 부모와 자식 간에 생각하는 간극이 얼마나 큰지, 또 그런 간극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여실히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누가 맞고, 누가 틀릴까요? 사실 맞고 틀린 것은 없습니다. 서로 다를 뿐입니다. 70년대에 고고댄스를 즐기던 젊은이들을 보고, 많은 부모님들은 혀를 찼습니다. 그 때 고고댄스를 추던 자녀들은 부모님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서 부모가 된 그 젊은이들이 90년대의 유행을 즐기는 자식들을 보고 혀를 찹니다. 물론 그 때도 90년대의 자녀들은 부모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누가 맞고 틀린 것은 없습니다. 다를 뿐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흘러갈 뿐입니다. 혹시 내 눈에 보이는 것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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