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의 일이다. 서울 올핌픽이 치루어진 후 일본이 격었던 노사분규의 과정은 그대로 우리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당시 저자가 다닌던 회사도 직원들의 요구와 관계없이 노조를 만들고 회사안에 노조활동을 장려하다시피 하였다. 얼마후 회사의 문화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사와의 단체협약을 위한 회의를 갖게되고 요구안건에 대한 줄다리가 이어지고 어느 사이에 노조의 입장에서는 최대의 쟁취가 목표가 되고 회사는 최소의 협약이 목표가 되었다. 노조가 생기기 이전에도 회사는 근로자가 고용되면 수습직원으로 일정한 기간동안 열심히 일하면 정규사원이 되고 사원증과 기념지갑을 회사로부터 받는 날은 그것자체가 뿌뜻하고 자랑스러웠다.

회사경영주는 회사의 실적에 따라 직원들에게 연간1000%가 넘는 보너스로 고마움을 나누고 기뻐했다.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정성과 열의를 갖고 일했다. 공장의 일손이 모자라면 사무직 직원들이 공장으로 달려가서 일을 도왔고 사무실과 공장직원들 사이의 사소한 차별도 없었다. 회사가 잘 안될 리가 없었다.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사이에 상호애정이 존재하는 공동운명체였다. 문제는 노조가 생긴 이후였다. 작업의 효율화를 위해 작업복이 구분되고 더 이상 사무실 직원들이 공장에 내려오질 않았다. 직원들의 고충처리는 노조를 통해 이루어지고 리더십은 이원화되었다. 어쩌면 회사는 경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더 유리해졌는지도 모른다.

러스킨은 인간과 인간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애정이라는 요소을 배제할 때 더욱 진보된 사회적 행동규범을 갖게 된다는 관념에 뿌리를 둔 것이 경제학이라고 했다. 경제학이론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빵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투자를 장려하고 친기업정책으로 생산성을 위한 효율성을 추구하거나 빵을 고르게 배분하기위해 환경규제와 복지 등을 우선하는 평등성의 두 이론이 상충한다.

이는 트레이드 오프(trade off)이기 때문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한편은 소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1929년에 촉발된 미국의 경제대공황을 극복할 때 루스벨트대통령은 뉴딜정책을 통하여 댐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에 정부가 대규모로 투자하여 기업과 국민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이는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을 받아들여 정부가 시장경제시스템에 개입하는 것으로 쉽지 않은 일이고 반대도 많았지만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는 물가가 오르는데도 고용이 감소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수요이론이 통하지 않았다. 경제이론이 왜 시장에 먹히지 않을까?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과수원 주인의 고용과 임금에 대한 태도이다. 그는 하루종일 일한 사람이나 저녁에 늦게 고용되어 한시간을 일한사람에게도 똑같은 임금을 지급했다. 하루종일 일한 일꾼이 주인에게 부당함을 항의했지만 주인은 너는 너의 몫을 이미 받았고 나중에 온 사람에게는 내가 주는 것이라고 했다.

러스킨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금에 그들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성서에서 말하는 주인의 생각이 옳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실패는 경제이론의 행동규범 속에 애정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권력으로 자녀의 빵을 빼앗지 않으며 자녀가 굶는 것을 지나치지 못한다.

정부와 국민, 기업과 노조, 사회의 모든 경제정책, 거래와 모든 시스템에 인간과 인간 사이에 상호간에 정의와 애정이 기반한다면 어떤 경제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 모두를 살리는 생명의 경제학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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