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 폴란드의 에릭 왕 때 이야기이다. 
왕이 그의 신하 바사 공작에게 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러자 공작의 부인 카타리나가 왕에게 청원을 하게 된다.

“왕이시여, 저도 남편과 함께 복역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왕은 놀랄 수밖에…. 카타리나는 손가락의 반지를 빼서 왕에게 보여준다. 반지에는 ‘모스 솔라(Mors sola)'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주례사의 단골메뉴였던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남편이 종신형을 받았어도 남편은 저와 영원히 한 몸입니다．결혼식 때의 약속은 변하지 않습니다．저를 감옥에 함께 넣어주십시오.”

결국 카타리나는 남편과 한 감옥에서 17년을 복역했다. 에릭 왕이 죽어서야 부부는 석방됐다.
결혼문화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이 시대에 웬 케케묵은 이야길 꺼내느냐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결혼으로 함께 살다보면 힘든 경우가 다반사이다. 성격차이, 경제적 사정, 가정폭력, 외도 등으로 갈라서는 부부들이 참 많다. 더욱이 황혼이혼이란 단어에도 이젠 어색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어찌 보면 사랑이라는 말도 이젠 일회성에 불과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고린도전서 13장의 그 유명한 구절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라는 말도 기억 너머 오래인 듯하다. 젊은 시절 통기타 반주에 맞춰 포크송으로까지 불렀던 그 때가 새롭게 다가온다. 

쉽게 만나 결혼해서 쉽게 갈라서는 게 우리네 삶의 한 부분처럼 되었다라는 희한한 말도 생겨났다. 정말 그럴까? 불륜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제목이 설핏 떠오르기도 한다. 

세기의 결혼, 세계의 결혼이라며 온갖 찬사로 축복받던 유명 배우 송송커플의 이혼 소식이 날개를 달았다. 소식은 쉴 줄 모르고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고 있다. 인터넷에는 악성소문까지 겹겹이 포장되어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온통 난리법석이다.

송송커풀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드라마는 동남아는 물론 유럽까지 진출하는 등 그 해 연말에는 각종 상까지 휩쓸었다. 두 주인공들의 사랑은 일반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시청자들의 시선이 두 주인공에게 집중되며 둘은 영화처럼 결혼을 했다.

드라마의 힘과 세기적인 결혼으로 드라마의 촬영지는 거듭 태어났다. 지자체는 다양한 관광사업으로 초대박을 터뜨리고, 태양의 후예 세트장까지 복원해 관광객들을 끌어 모았다. 매년 10만 명 안팎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그 지역의 주요 관광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더 나아가 세트장 인근에 태양의 후예 공원까지 조성했다. 공원에는 드라마 속 두 사람의 키스 장면을 형상화한 커플 동상을 비롯해 각종 조형물 등이 설치되고 매년 여름, 두 사람을 상징으로 내세운 커플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그 와중에 송송커플의 이혼 소식이 흘러나왔다. 결혼한 지 1년 8개월이었다. 당연히 후폭풍이 따라왔다. 이혼 소식 때문에 세트장과 공원까지 조성한 지자체는 전전긍긍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이번 달 하순경 이틀 동안 개최할 예정이던 커플축제까지 접었다고 한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함에 따라 문화도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결혼에 관한 인식도 무서울 정도로 변했다. “웬만하면 참고 살지.”라며 조언했다가는 욕 바가지로 얻어먹을 수도 있다.

살다가 너무 힘든 삶이 이어지면 이혼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 맞다. 100세 시대에 한 번 결혼은 너무 지루한 삶이 되지 않는가? 라는 우스개 강사도 보아왔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OECD 국가 중 한 때는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지금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높은 편이다. 텔레비전의 일부 드라마는 이혼을 밥 먹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방영하고 있어 문제점투성이다. 결혼은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사랑이 전제조건이 되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다.

모스 솔라(Mors sola),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이야기가 새롭게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성경 고린도전서 13장 구절의 사랑이란 말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아무리 삶이 팍팍하고 어려워도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 가치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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