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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 안산신문
  • 승인 2019.07.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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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팍팍한 세상이다. 무엇 하나 쉽게 되는 게 없는 삶이 아닌가? 이런 현실에서 여유를 가지고 독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더군다나 447페이지나 되는 ‘아주 두꺼운 책’을 말이다.

그렇지만 수많은 독자들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읽혀지고 있다. 출간한 지 7년이나 지났으며 아주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신비한 곳에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은 대중성을 획득한 작품이다.

재미와 감동은 독자들이 듣기에는 쉬운 말이지만 작가에게는 가장 큰 숙제일 것이다. 하나도 얻기 어려운데 두 가지를? 일단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재미있다. 좀도둑 세 명이 폐가로 숨어드는데 알 수 없는 편지가 툭, 떨어진다. 그들은 경찰인가 조마조마해하면서도 이 편지가 뭔가 싶어서 읽는다.

누군가의 편지를 훔쳐 읽는다는 것부터 재미가 있지 않는가! 재미없다는 사람은 남의 편지나 일기를 훔쳐(?)본 적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어쨌든 그 편지는 상담이라는 목적이 있는 편지였다. 도둑들은 편지를 읽고 난 후 주변에 있던 주간지를 통해 과거에 이곳이 고민을 해결해주는 잡화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둑 중 한 명은 편지에 쓰인 고민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한다. 그들은 짧게나마 답장을 쓴다. 답장을 쓰고 잡화점의 규칙대로 우유 상자에 넣는데 잠시 한눈 판 사이 편지가 감쪽같이 없어진다. 그리고 답장의 답장이 우편함 셔터 밑으로 떨어진다. 누군가 지나간 기척조차 없었는데 말이다. 이렇듯 히가시노 게이고는 초반부터 흥미진진하고 기묘한 스토리를 펼친다.

추리소설로 유명한 작가라서 그런지 많은 미끼와 힌트를 이야기 곳곳에 숨겨놓았다. 여러 인물들의 사연이 고민편지를 통해 심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인의 삶에 결과를 맺음으로써 희생과 사랑, 욕망과 열정, 좌절과 성공을 보여준다. 각각의 사연은 다른 사연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읽을수록 ‘환광원’이라는 아동복지시설을 매개로 묶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환광원’을 통해 그동안 있을 수 없는 일들에 개연성을 확보한다.

기적의 사전적 의미는 ‘상식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다. 우리는 보통 기적이라는 말을 긍정적인 의미로 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미야 할아버지가 나야미(‘고민’이라는 뜻의 일본말)를 하는 장면이 꽤 오랫동안 남는다. 할아버지를 통해 기적이 시작되고 결국 도둑들에게까지 이 기적이 선물처럼 전달된다. 현대사회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다.
나미야 할아버지는 어린아이의 장난스러운 상담까지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진지하게, 애정을 담아서 한 글자 한 글자 편지를 써주었다. 좀도둑들도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발견하게 해주었다.

늙은 잡화점 주인과 젊은 도둑… 사회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지만 이들이 누군가를 위해 자세를 잡을 때, 별처럼 반짝 빛난다는 걸 보여주었다. 책 무게만큼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이토록 잔잔한 인간애가 흐르고 있다. 따스함이 그리운 사람이 읽어보면 참 좋겠다.

                                             김아름<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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