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길 횡단보도를 지날 때마다 오아시스를 보는 느낌이다. 
뜨거운 한낮, 그늘을 만들어주는 그늘막 때문이다. 신호등이 바뀔 때까지 뙤약볕을 가려주는 그늘막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도심지는 나무들이 우거진 외곽지역보다 온도가 더 높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는 내리쬐는 햇볕을 흡수하지 못하고 반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량들이 꼬리 물기라도 하면 매연과 함께 숨은 더욱 차오른다.

올해도 덥다. 다음 주엔 한여름을 알리는 중복과 대서 절기가 연이어 있다. 올해는 얼마나 더울까? 아니, 더울까보다는 얼마나 뜨거울까가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작년보다야 덜 하겠지 스스로 위로를 하다가 곧바로 고개를 흔들고 만다. 

작년 7월 초순 무렵부터 시작된 가마솥 폭염은 입추가 지나도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뉴스시간만 되면, 제일 먼저 날씨 소식을 전하던 아나운서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대프리카, 여름이 되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무더운 대구를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도 낯설지 않다. 우리 지역도 혹시 ‘안프리카’란 말이 생겨나지 않을까 괜한 기우심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2003년 8월, 폭염이 유럽을 강타했다. 폭염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에서 7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중 대부분이 독거노인들이었다. 짧은 시간, 많은 사망자들의 시신을 병원에 다 수용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폭염의 무서움에 소름이 돋는다. 지난 6월엔 또 다시 유럽이 폭염으로 달아올랐다. 기상관측 이래 유럽에서 가장 더웠던 6월로 기록되었을 정도이다.

우리도 강 건너 불 보듯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우리나라도 1994년의 폭염으로 무려 3,384명이 사망했다. 폭염이 기상재해 중 얼마나 무서운가를 뼈저리게 실감케 해준 것이었다.

작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폭염의 피해는 엄청났다. 온열질환자수 최다경신, 전력수요 최대치경신, 농작물과 가축류의 기하급수적 폐사, 양식장의 어패류 폐사, 오존주의보 발령횟수 급증, 상수원 녹조 증가 등은 삶의 의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을 정도였다.

이렇게 폭염이 계속되는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기후이상 변화가 지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년보다 점점 그 강도와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빙하가 녹아 북극곰들의 남하 이동횟수가 잦아지고, 노르웨이를 떠난 북극 여우가 76일 만에 캐나다에 도착했다는 보도는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빙하가 북극 야생동물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였다. 

그리스 북부 휴양지를 덮친 단 20분 동안의 폭풍우에 7명이 숨지고, 수십 여 명이 다쳤다. 14년 전, 허리케인으로 도시 전체가 쑥밭이 된 미국 뉴올리언스는 열대폭풍우로 주민 1만여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탈리아 동부해안에서는 어른 주먹 크기의 우박이 떨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다쳤다. 우박은 시간이 지나면서 폭우로 변해 도시가 침수되기까지 했다.

무섭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은 이산화탄소이다. 이산화탄소는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 화력발전소, 제철공장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가정용 난방과 자동차에서도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여야 한다. 이제는 범국가적, 범세계적 캠페인보다는 개인에게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뉴욕타임스지에 게재된 지구온난화에서 벗어나는 쉬운 방법이 새삼 눈길을 끈다.

고기보다 채식을 즐길 것,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 냉장고 속에 많은 음식을 쌓아놓지 말 것, 재활용품을 즐겨 쓸 것 등을 강조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지만 그 실천이 어렵다. 귀찮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그 귀찮음을 이겨내는 내 작은 실천이 후손에게 아름답고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지름길이다.  

횡단보도 그늘막에서 초록신호등을 연거푸 보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어쩐지 더 덥다했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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