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목적이 없이도 들어가기만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 몇 군데가 있는데, 그 중에 한 곳이 바로 백화점입니다. 백화점에 들어가면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매장들과 손님을 극진히 모시는 직원들의 친절에 잠깐이라도 왕이 된 것 마냥 우쭐해집니다. 백화점이 그렇게 손님들에게 친절할 수 있는 것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손님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유들로 자신이 사간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교환이나 환불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5분도 안 되서 마구 잡이로 옷을 골라 구매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환불 기간이 끝나기 전에 사갔던 옷들을 들고 와서는 전액 환불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또 어떤 분은 옷의 디자인을 본뜨기 위해서 옷을 전부 뜯었다가 엉성한 박음질을 해가지고 와서는 환불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매장 직원이 환불해 줄 수 없다고 하면 적반하장으로 원래 옷이 잘못된 것이라며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운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자신의 구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모든 결제는 카드 대신 현금으로 처리하고, 매장 직원들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쇼핑 나온 모녀나 부부인척을 하면서 연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백화점들이 이런 불량한 진상손님들을 대응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법적인 책임을 물겠다는 경고문을 붙이는가 하면, 옷을 뜯어보았는지 구별할 수 있도록 매장 직원들을 교육까지 시킨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세세한 매뉴얼을 알려주고 교육을 시켜서 당황하지 않도록 하는 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교육들보다 가장 강조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냉철하게 대처하라는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순간 백화점이 불리해집니다. 그렇게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도록, 누누이 당부합니다. 수많은 교육들, 매뉴얼 암기 등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 냉철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최근에 우리는 동쪽에 있는 자칭 ‘해의 근원’이라는 손님과 경제 분쟁을 빚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내린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반발한 옆 손님이 지난 7월부터 경제 제재를 가한 것이었습니다. 이 판결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있지만, 지금까지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진상을 부리는 옆 손님의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반발했고, ‘사지도 팔지도 말자’는 불매운동이 확산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이 모든 대처가 감정 분풀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옆 손님이 만든 차라고 김치를 퍼붓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또 얼마 전 옆 손님 쪽에서 온 옷이라고 립스틱을 긋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일각에서는 통쾌하다고 말했지만,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옆 손님이 그런 것만 포착해서 국제적으로 드러내려고 주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합법적으로 대처하면 됩니다. 그것이 냉철하게 대처하는 법입니다.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감정적인 대처가 들어가면 호응을 얻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냉철하게 합법적으로 대처하면, 호응은 우리 쪽으로 올 것입니다. 조금만 참고 견뎌봅시다. 결국 옳은 쪽이 이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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