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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 하나가 들어갔을 뿐이다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 안산신문
  • 승인 2019.09.0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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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 커피숍에 가면 여전히 빙수를 찾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요즘에야 과일빙수 등 빙수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찾는 빙수는 팥빙수입니다. 얼음을 곱게 갈아서 팥과 떡을 얹고, 기호에 따라서 연유나 시럽을 뿌려서 먹으면, 식사를 마친 후에 후식으로도 좋지만, 더위에 지쳐서 입맛을 잃었을 때에도 활력을 주기도 합니다.

팥빙수는 기본적으로 곱게 갈아놓은 얼음 위에다가 자신이 원하는 토핑을 얹어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그래서 팥빙수는 여러 가지 토핑 재료들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어서, 요즘에는 카페마다 내놓는 팥빙수의 종류도 여러 가지입니다. 차가운 얼음 위에 다양한 토핑을 얹은 이색 팥빙수로 사람들의 눈과 입은 즐거워졌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여러 가지의 토핑을 고집하지 않고, 정말 순수하게 얼음과 팥만을 비벼 먹는 팥빙수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곳에서는 인공 색소가 들어간 시럽이나 통조림에서 꺼낸 팥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팥빙수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상태로 팥을 직접 삶고, 일부러 단맛을 내기 보다는 팥이 얼음과 잘 비벼져서 고유의 단맛을 내도록 만듭니다. 사실 다양한 토핑들을 얹은 이색 팥빙수는 사람들의 눈과 입을 자극하긴 했지만, 과연 팥빙수인지 헷갈릴 만큼 팥빙수답지 않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말 그대로 팥빙수라는 순수한 모습을 고집하는 가게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팥빙수는 빙수(氷水)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빙수란 얼음을 잘게 갈아서 달콤한 시럽이나 과일 등을 섞은 빙과류에 속합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보면 빙수는 기원전 3000년경 중국에서 등장했다고 합니다.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던 빙수 제조법을 마르코 폴로가 이탈리아로 가져가 전했다는 기록입니다. 또한 서양에서는 기원전 300년경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제국을 점령할 때, 빙수를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전쟁 중 더위와 피로에 지친 병사들이 산에 쌓인 눈을 가져다가 과즙을 넣어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에 빙수를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지금의 용산구에 위치한 서빙고에 얼음을 보관해 두었다가 더운 여름날 관원들에게 나눠주면 얼음을 잘게 부수어 빙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빙수는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팥이라는 재료를 얹어 먹게 되었고, 바로 그것이 오늘날의 팥빙수로 이어진 것입니다.

팥빙수는 본래 빙수에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팥이 얹어지고 ‘팥빙수’라는 고유의 음식으로 굳어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실상 따지고 보면 팥빙수는 빙수에다가 팥이라는 한 겹의 옷을 입힌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기에 별거 아닌 것 같은 작은 하나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작은 격려의 말 한마디가 가정과 일터의 싸늘한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 수 있고, 작은 원망의 말 한마디가 가정과 일터의 좋던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무심코 건네는 커피 한 잔이 모두의 마음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도 중요합니다. 이제라도 혹시 그동안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돌아보면 어떨까요? 오늘도 작은 것이 주는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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