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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여왕-디즈니의 악당들 1<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옮김, 라곰>
  • 안산신문
  • 승인 2019.09.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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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어버렸다, 무려 3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을.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삼매경에 빠지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소설의 매력이란 그런 거 아니겠는가,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단숨에 읽어버리는 것.

차가운 눈매를 가진 여왕의 반쪽 얼굴이 그려진 표지. 그 눈동자에 홀린 듯 앞표지를 넘기자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는 디즈니가 기획하고 세레나 발렌티노가 쓴 소설이다. 디즈니 명작 중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악당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스핀오프(Spin-off)*를 완성했다.” 총 아홉 권을 출간하는 프로젝트 중 현재까지 다섯 편이 출간되었는데, <사악한 여왕>은 그 첫 번째 작품이다.

서문에 해당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를 잠시 들여다보자. 백설공주의 새엄마인 왕비가 왜 그토록 아름다움에 집착했으며 거울 앞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 받으려 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의 딸을 어떤 마음으로 죽이게 되었으며, 어쩌다 마녀 같은 사람이 되었는지 질문을 던진다. 매혹의 표지를 넘겨 이 질문까지 읽고 난 당신이 다시 책을 덮을 확률은? 장담한다. 제로(zero)에 가깝다고.

유명한 거울 장인에게 딸이 태어났다. 하지만 아이를 낳다가 엄마는 죽음을 맞이한다. 아름답고 사랑스런 아내를 잃은 남자는 아내를 빼닮은 딸을 볼 때마다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사로잡혀 딸에게 비웃음에 가까운 모욕을 준다. 그녀가 얼마나 볼품없고 못생겼는지 하루도 빠짐없이 말한다. 심지어 마지막 임종의 순간에서까지 “난 단 한 순간도 너를 사랑한 적이 없어.”라는 악담을 퍼붓고 눈을 감는다.

이제 서문의 질문들을 상기해 보자. 왕비는 왜 그토록 아름다움에 집착했으며, 왜 거울에게 듣는 ‘당신이 최고 예쁘다’는 말로 존재가치를 증명 받아야 했을까, 급기야 사랑하는 공주를 죽여야겠다는 심리상태에까지 이르렀을까.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잃어버린 자존감, 자존감 없는 사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변해 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

왕비의 심리를 알 수 있는 소설 속 지문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새롭게 왕비가 된 여자는 남편인 왕과 그의 딸인 백설공주를 한없이 사랑했으며 어린 공주 또한 새엄마를 잘 따랐다. 어느 날 왕비가 어린 공주에게 옛날이야기를 해 준다. 어린 공주가 묻는다. “그 여자는 왜 슬픈데요, 엄마?” 왕비가 대답한다. “그 여자 스스로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거든.(p38~39)” 왕비가 남편인 왕에게 고백하는 부분도 있다. “제가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는 제가 얼마나 볼품없고 못생겼는지 하루도 빠짐없이 말했어요. 저는 아버지의 눈으로 저를 보았어요.(p121)”

스스로 자신을 볼품없고 못생겼다 여기는 여인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제 아버지의 영혼은 거울에 깃들어서 여자의 방에 걸려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은 집착과 중독이었다. 이제 여왕은 매일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다.(p174)” 아버지에게 평생 듣고 싶었던 ‘예쁘다’는 말, 여왕에게 ‘예쁘다’는 ‘사랑한다’의 또 다른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 사랑의 바람을 방해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친구처럼 의지하던 여왕의 아름다운 시녀 베로나와 사랑하는 의붓딸 백설공주, 그녀들의 죄목은 아름다움!

결국, 여왕은 마법의 힘을 빌려 백발의 노파로 변장한 후 독사과를 들고 숲속의 백설공주를 찾아가지만, 일곱 난장이의 끈질긴 추격을 받는다. 하지만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마법의 주문을 모른다. 이제 여왕은 갈림길에 이르렀다. 한쪽 길은 절벽, 다른 길은 숲으로 이어졌다. 난쟁이들이 여왕을 바싹 따라붙었고 여왕은 어떤 길로 갈지 곰곰이 생각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스핀오프(Spin-off): 인기를 끌었던 기존 작품을 근거로 새로 만들어낸 작품.

                              박청환<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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