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안산제일복지재단수석이사>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과 일반적인 사람들의 구매행동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품질이나 맛을 우선 고려하기 보다는 가격표를 확인한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 구매결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부자는 가격과 상관없이 필요한 것을 구매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주로 상품을 구매하는 대형슈퍼마켓이나 마트에는 단수 가격표시를 한다. 예를 들어서 10,000원이 아니라 9,900원으로 하는 가격표를 붙인다. 그것조차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본의 경우 9,800엔 또는 9,980엔으로 표시한다. 미국도 $10보다는 $9.9로 표시한다.
고급백화점이나 공항의 면세점등에는 이런 가격표가 없다. 왜 그럴까?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정해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거래는 에누리를 가본적으로 한다.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지 않는 한 자유경제시장에서는 거래를 위한 흥정이 이루어지고 에누리는 당연한 것이다.
에누리를 하면 구매하는 사람은 싼 값에 좋은 물건을 구입했다는 흡족한 마음을 갖게한다. 그러면 물건을 판 사람은 손해를 본 것일까? 아니다 물건을 판사람도 잘 팔았다는 생각을 한다. 흥정에 앞서 상품의 값은 부풀려진 가격으로 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장은 부풀림과 에누리를 흥정이라는 매개를 통하여 균형가격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보면 부풀림과 에누리를 통해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 거래가 이루어지고 심리적으로 만족감을 갖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윤리적 관점에서 보면 부풀림은 의도된 꼼수다. 에누리는 꼼수에 속지 않으려는 몸부림과 다를 바없다. 착한사람이 구매를 하게 되면 부풀린 가격으로 인해 손실을 보게되고 파는 사람은 부당한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관광지나 휴가철에 이루어지는 엄청난 바가지 요금은 오히려 고객들을 외면하게 만든다.
이러한 부풀림이나 에누리는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른다. 교류분석학회에서는 디스카운트(discount)를 “자신도 모르게 문제해결과 관련된 정보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험이나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신이나 타인의 자극이나 문제, 선택의 존재 자체, 그것의 중요성과 변화가능성을 아예 무시하는 것이다. 요즘 서울대 조국교수의 법무장관 임명으로 인한 정국이 극도의 대립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기편이 아니면 무조건 존재 자체를 디스카운트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방법 조차도 에누리 되는 것이다. 집회참석인원의 부풀리기는 정말 도가 지나치다. 문제의 본질은 법무장관으로서의 도덕성과 자질여부이다. 그런 내용은 논의조차 안된다.
서로가 상대를 디스카운팅하기 때문에 엉킨 실타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조차 없다. 정국안정의 실질적인 책임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선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 사실 대통령의 인사권이 빚은 문제 아닌가? 대통령이 국민을 디스커운팅하면 국민은 저항하게된다. 검찰개혁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대통합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검찰, 국회, 경찰, 국정원 등 권력조직의 합리적, 효율적, 민주적, 권력운용이 중요하다. 국민은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지도자들을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정치지도자들은 좌우 균형을 이룬 통합적 정치가 필요하다. 우리 국가의 사회적 가치는 자유로운 국민소통을 통해 만들어진다. 서로를 디스카운팅하지 않는 정치문화를 만들 수는 없을까?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