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음식점에 가면 비빔밥을 자주 먹는 편이다. 뜨거운 밥에 볶은 쇠고기와 소량의 육회 그리고 고사리, 콩나물, 당근, 시금치 등의 야채와 달걀지단. 고추장과 참기름을 섞어 비비면 맛있는 비빔밥이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가 비빔밥이다.
그러나 요즈음 들어 예전의 비빔밥 맛을 제대로 못 느낀다. 입맛이 변한 탓일까, 주방장이 바뀐 탓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재료가 좋지 않아서일까? 비빔밥에서 요즈음 정치판을 떠올린다면 너무 비약적인 상상일까?
대한민국이란 비빔밥은 도대체 어떻게 비벼져 가고 있는 것일까? 광화문 따로 서초동 따로 도대체 섞여질 생각을 않고 있으니 주방장 탓일까, 아니면 손님들 탓일까? 제대로 된 대한민국 비빔밥이 과연 나올 수나 있을까? 오아시스는 없고 신기루만 보이는 암울한 현실에 음식 하나 떠오른다. 탕평채란 음식이다. 
탕평채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조화와 화합을 일깨우는 음식이다. 정치판에 딱 맞는 음식 중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그 유래는 조선시대 영조 임금이 탕평채를 만들게 하여 신하들에게 먹게 한데서 시작되었다. 오죽 했으면 이런 음식을 생각해 냈을까.
탕평채는 녹두묵에 고기볶음과 데친 미나리, 구운 김 등을 섞어 만든 묵무침이다. 녹두묵의 흰색, 고기의 붉은색, 미나리의 푸른색, 김의 검은색은 조선시대 권력층이었던 서인, 남인, 동인, 북인을 대표하는 색이라고 한다.
이 탕평채란 음식 드실 생각은 없으신지? 국민들에게 분노 조절법을 잃게 만든 권력층에게 권한다.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정치판에 탕평채, 오히려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광화문이나 서초동 근처에 탕평채 전문 음식점을 차리면 대박을 터뜨릴 것 같은 예감이다. 요즘 우리나라 시국이 돌아가는 것을 보며 오죽하면 탕평채를 떠올릴까 하는 생각에 실소만 연이어 터진다.   
탕평채하면 탕평정치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탕평정치는 조선 후기 영·정조 임금 때 나타난 정치형태이다. 여당, 야당 구분 없이 인재를 고루 등용하여 정치적 안정을 꾀하고자 한 정치이다.   
당쟁으로 인해 신임사화를 뼈저리게 느낀 영조는 즉위하자마자 탕평책을 시행하게 된다. 탕평(蕩平)이란 용어는 ≪서경》 홍범조(洪範條)의 ‘왕도탕탕(王道蕩蕩) 왕도평평(王道平平)’에서 따온 합성어로서 임금이 지켜야 할 법도이며 정치의 기본 원칙이다. 임금은 치우침 없이 공평무사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감싸서도 안 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쳐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곰곰 생각하면 지금에 더 들어맞는 말이다. 가슴에 새기고 새겨야 할 명언이다.
영조의 뒤를 이은 정조도 탕평정치를 계승하여 노론과 소론뿐만 아니라 채제공과 같은 남인을 영의정에 임명하는가 하면, 학문이 뛰어난 서얼 출신들도 적극적으로 관료로 등용하였다. 탕평정책이야말로 지금 우리나라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 권력층이 걸어가야 할 길이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반듯하게 세계 속으로 나아갈 수 있다. 더 이상 늦으면 방향타를 잃어버린다.

우리가 왜 이렇게 원수지간처럼 갈라져 상대방을 하이에나처럼 물어뜯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일까? 언제까지 국민들은 편 가르기 정치로 인한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가? 국민들은 이젠 지치고 분노까지 치솟는다. 괜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사회와 국가는 물론 가족과 친구까지도 갈라지고 있다. 편 가르기 정치만 없다면 보수든 진보든 서로 손잡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국민들이 아닌가?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에서 결국 조국 장관이 물러났다. 지난달 9일 취임 이후 35일 만이며, 법무부 국감 하루 전이다. 한동안 또 광화문과 서초동에선 집회가 계속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대통령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취임 때의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 차기 법무부 장관 임명에 영·정조 임금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만 검찰개혁도 국민들의 힘을 얻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번 조국 사태를 보며 국민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안겨주어야 할 권력층에게 권한다.
“탕평채 좀 드시지요?”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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