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안산제일복지재단 수석이사>

1903년 라이트 형제는 세계최초로 플라이어1호의 동력비행기의 시험성공에 성공하였다. 12초동안 36m를 날으는데 불과했지만 34년이 지난 1937년 영국의 프랭크 휘틀은 제트엔진의 특허권을 획득하였고, 1939년 독일은 제트엔진을 이용한 최초의 비행기 하인켈178을 탄생시켰다. IT매체인 씨넷에 의하면 2023년에 개발완료되는 미우주항공국(NASA)의 초음속 비행기는 시속 1,513km의 속도로 뉴욕에서 LA를 3시간에 도착할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날고 싶다는 욕구가 낳은 엄청난 결과이다. 속도는 항공기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부산을 16분에 도착할 수 있는 초음속 자기부상열차 하이퍼루프가 대중화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IT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스마트폰 경우 4G에서 5G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 전송속도인데 5G는 4G보다 무려 1000배이상 빨라진다. 1초에 10Gbit 즉 헐리우드 영화 5~6편 정도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미 시험운행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는 라이더(lidar)를 이용하여 물체와 자유공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주변환경을 인지(perception)하고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에 의한 판단(decision)과 통제(control)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함으로 안전한 주행이 가능해진다. 인지와 판단속도가 0.03초만 느려도 사고가 발생하여 죽을 수도 있다.

나는 지금까지 무려 160만km의 비행기를 탑승했다. 지구둘레가 4만km인데 40번정도 지구를 돌았다는 이야기다. 내가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하루 150리를 74년 동안 하루 24시간을 쉬지 않고 걸어야 하는 거리이다. 그러나 비행기 속도를 감안할 때 비행기 안에 있었던 시간은 석달(90일)정도이다. 내가 사는 1년은 조선시대의 사람이 296년을 사는 것과 같다. 미래는 이보다 더 빠른 속도의 시대가 된다. 사고의 전환 곧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의 속도이야기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에서도 속도는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다. 고속도로의 하이패스, 공항입국심사의 자동화 또는 스마트화, 온라인 KTX 승차권, 은행이나 관공서의 민원처리의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창구개선,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의 자동주문기 등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경쟁적으로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살기좋은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로 나는 택배시스템을 꼽는다.

어느나라에도 이런 사회시스템이 잘된 곳을 본적이 없다. 싱싱한 홍어회를 점심에 먹으려고 하면 아침에 목포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수산물시장에서 갓 잡아온 홍어를 경매로 받아서 고속버스에 부치면 택배를 통하여 정확하게 점심에 먹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을 가장 싸게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들을 속도의 경제라고 부르려고 한다.

속도를 줄이므로써 얻는 경제적 이득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이 더 행복할까? 천천히 달리는 무궁화열차의 차창으로 비치는 가을 들녘과 산들을 보면서 가을을 느낄 수 있다. KTX가 줄 수 없는 여유이다. 지난 주에는 학교밖 센터의 청소년들과 제주도에 꿈드림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저녁시간에 몇 년전에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지인들과 한치잡이 어선의 불빛이 늘어선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쁨을 벗어나 느림이 주는 일탈을 즐기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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