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작가 구병모의 데뷔작인 <위저드 베이커리>는 출판 당시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문장력과 매끄러운 전개, 흡인력 있는 줄거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문학은 성장소설이라는 틀을 깨고 판타지 장르의 경계를 확장하였다. 뛰어난 상상력과 서사적 능력으로 미스터리와 호러의 무거운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해나가는 뚝심을 보여준다. 2015년 단편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민음사 ‘오늘의 작가상’과 ‘황순원 신진문학상’을 받았고, <아가미>, <피그말리온 아이들>, <파과>, <빨간구두당> 등의 소설을 펴냈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주인공은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란다. 아버지는 전혀 가정을 돌보지 않았고, 정신질환을 앓던 엄마는 여섯 살 난 주인공을 청량리역에 버려 6일 만에 찾게 하더니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엄마, 무희(의붓여동생)와 함께 살게 된 주인공. 처음에는 선물을 사주는 등 잘해주던 새엄마가 남편과의 사이가 나빠지면서 냉대하기 시작한다. 가정을 돌보지 않던 아버지는 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무관심하다. 주인공은 새엄마의 학대를 피하려 끼니도 밖에서 빵으로 때우고, 집안에서는 방에만 틀어박혀 지낸다.

6년 후 어느 날, 여덟 살 무희의 팬티에서 핏자국이 발견되고 성폭행을 직감한 새엄마는 누가 그런 것인지 캐묻는다. 무희가 다니던 영어학원 강사를 범인으로 지목하자 새엄마는 당장 학원으로 쳐들어가 해당 강사를 고발한다. 그러나 수사과정에 혼선이 생기고 새로운 범인으로 지목된 주인공은 집에서 도망 나온다. 단골 빵집으로 도피한 주인공은 점장의 배려로 오븐 너머 작은 방에 보금자리를 틀고, 그 곳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 후, 점장을 따라다니는 파랑새와 친해지면서 이 빵집이 보통 빵집이 아니라 사람들의 주문에 따라 마법의 빵이 만들어지는 빵집임을 알게 되고, 빵집을 찾아오는 사연 많은 손님들을 만나게 된다.

말로는 좋아하고 따르면서도 결코 진심으로는 친해질 수 없었던 친구에게 악마의 시나몬 쿠키를 먹였다가 시험을 망친 친구가 자살하자 죄책감에 시달리는 여학생 이야기와 학생회 집행부 선후배 사이로 만나 사랑의 빵을 먹여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졸업 후 취업이 안 되자 스토커로 돌변한 남자친구의 눈을 멀게 하려고 부두인형을 달라는 여자의 이야기. 이 베이커리의 모든 빵과 마법물품을 만드는 점장은 몽마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편안한 침대와 침구들을 놔두고 구석에서 모로 누워 자야한다.

“모든 마법은 자기에게 그 대가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분만 가입하시기 바랍니다.”(p63)

빵집에서 판매하는 물품 중 가장 수상한 것은 ‘시간을 되감는 쿠키’다. 이것은 타임리와인더(시간여행도구)로 그 대가가 너무 커서 판매를 하지 못한다. 마지막 부분, 점장이 챙겨준 이 타임리와인더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 소년은 의붓동생 무희가 누군가에게 성폭행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작가는 여기에서 타임리와인더를 작동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를 다르게 결말을 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건 그 행위로 인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주인공은 여섯 살 때 친모로부터 버림받은 것을 시작으로, 말을 더듬는다고 받은 공개적 망신, 새엄마로부터 받은 구박 등으로 급속히 쌓였던 짧은 인생의 상처들을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만난 점장과 파랑새, 그리고 손님들에게서 위로받고 조금씩 치유해가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인생에 있어 무수히 많은 선택의 시간이 온다. 선택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고, 그 선택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정해진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스스로 책임지면, 그 상처는 점점 아물고 단단해지고 새살이 돋아 치유가 되고 다른 문제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과정의 반복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 나가는 것이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이성우<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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