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김영순 칼럼
도시를 품어가고 있는 가을
  • 안산신문
  • 승인 2019.10.23 16:39
  • 댓글 0
김영순<시인/수필가>

도시를 품어가고 있는 가을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우리도시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가을의 전령들이 나무와 풀 그리고 하늘까지 점령하여 온통 우리의 마음을 휘감아 물들이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쳐다보면 모두가 푸른색에 물들어 있는 것 같고 가로수를 쳐다보면 고운 노란빛으로 모두를 물들일 것 같이 기세등등하게 우리 옆에 내려앉고 있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황금들판이 펼쳐져있다. 아직 벼를 수확 하지는 않아서 황금들판을 볼 수 있다. 이 번 주가 지 날 때쯤이면 하얀 뭉치만 군데군데 있을 것이다.

벼를 추수하고 탈곡하여 볏짚만 뭉쳐져서 흰 비닐로 포장되어 소먹이로 덩 그만이 남을 것이다. 요즘은 들판에 벼이삭이 익어가면서 황금색을 더 띠는 것 같다. 전에는 요즘 같이 황금들판이라고는 했지만 요즘 같이 정말 황금색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품종이 더 좋아져서 일 것이다.

부지런한 도시인들이 주말을 이용하여 심어 놓은 김장배추도 그 싱싱함을 볼 수 있다. 싱싱한 배추도 이제 속이 차도록 묶어 주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서리가 내리기는 했지만 여기저기 고추대궁이 서리를 피하여 꽃을 피우고 있다. 아마 내년을 담보 할 수 없음을 알아서 일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여 끝까지 열매를 맺어서 조금이라고 우리에게 도움을 주려는 기특한 농작물이다. 그뿐만 아니다 고추대궁은 새잎을 내어 놓아 그 가지가 싱싱하다. 고추 잎도 서리를 안 맞았으면 가지를 잡고 잎을 주 욱 훌 터서 데쳐서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맛도 좋을뿐더러 비타민이 풍부하다.

서리를 피한 고추밭 옆 대추나무에 대추는 아직도 퍼렇다. 대추는 서리를 맞고 따면 더 달고 맛이 좋다. 요즘은 서리 내리기전에 대추도 털어서 햇볕에 말려서 사용한다. 올해는 대추나무에 대추도 더 많이 달린 것 같다. 대추도 풍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것 같다. 여름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뿌리채소들이 크지를 못했다고 한다. 고구마가 한 참 고구마로 크기 시작할 무렵 비가 오지 않아서 고구마가 물을 찾아서 땅속 깊이 파고 들어가 수확 시기에는 고구마를 캐는데 갑절의 수고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문화의 혜택을 보는 도시에 살아도 땅에서 하는 일과 하늘에서 하는 일에 그 도움 없이는 살아 갈 수가 없다. 하여 이제 엉거주춤 자아든 우리들의 많은 이야기는 이 가을과 같은 풍성한 마음으로 가득이 채우고 하루가 다르게 내려앉는 가을의 한 자락을 눈과 가슴에 담아야 한다. 우리도시인들이 여러모로 피로가 올 때면 하나씩 둘씩 꺼내어 상처 진 곳에 덮으면 피로가 빠르게 치유 될 것 같아서이다. 가장 아름다운 가을을 빨간약처럼 사용 하면 어떤 상처도 빠르게 회복 될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가을과 잘 어울리는 향이 좋은 차를 한 잔 들고 잠깐이라도 좋다. 가을과 함께 산책하는 시간을 가져 봄도 좋다. 요즘 우리의 마음이 뒤숭숭하고 편치 않은 마음을 이렇게 다스려 추수에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풍년의 마음을 가져 행복함을 가져보면 한다.

 

가을이 보이는 언덕

 

잡힐 듯 다가오는 가을/소슬바람에 들꽃은 흔들리고/풀벌레들 어디로 떠나는지

이별의 노래를 합창한다

오솔길 따라가던 저녁 놀/구름 위에 머물면/ 들판에 익은 곡식/영롱한 꿈에 취한 채

흐느적거린다

숨가쁘게 도시를 맴돌던 바람/맑은 개천가에서 목을 축이고/눈을 들어 언덕을 바라보면/코스모스꽃을 따라 가을은/먼 길 떠난다

김영순 시집 (시월의 정)에서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