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2019년 10월을

류근원<동화 작가>

아름다운 단풍불이 계속 남하중이다. 10월도 이젠 하루 밖에 남질 않았다. 그야말로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무르익는 게 어찌 가을뿐이랴? 생각 같아서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무르익고,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양분되는 국론분열도 이젠 하나로 섞여 무르익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멀기만 하다. 참으로 힘든 길을 우리는 걷고 있는 중이다.
10월은 국경일과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그러나 올 10월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희한한 달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특히 개천절과 한글날, 두 국경일이 더 그렇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사상이 깃든 개천절과 위민정신으로 훈민정음을 제정한 한글날을 생각하면 더욱 더 기가 막힐 뿐이다.
한글날은 국민 모두 축제의 날이다. 그 축제의 중심은 세종대왕의 동상이 있는 광화문 주변이다. 그러나 이 두 국경일 날, 우리 사회는 국론분열 집회로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조국 장관이 사직했다. 그의 부인 정경심 씨가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구속 된 후 처음 맞는 주말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또 다시 집회가 열렸다. 공수처 설치 촉구와 반대, 정경심 석방과 조국 구속 등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조국 전 장관을 낙마시킨 공로를 인정해 당내 태스크 포스 팀에 표창장을 수여해서 뒷말이 무성하다. 기가 막힐 일이다. 표창장을 수여하며 희희낙락할 때인가?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남북 축구전이 평양에서 열렸다. 1990년 10월 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에 이루어지는 경기였다. 그러나 응원단은커녕 중계방송조차 할 수 없었다. 귀국하는 선수들의 소감을 듣고 경기의 과정을 유추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답답하기만 했다. 경기가 아니라 전쟁을 치르고 온 기분이며 심한 욕설까지 들었다는 소감에는 국민 모두가 울분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 와중에 대통령은 주한외교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2032년 남북올림픽을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경제를 시급히 되살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아닌가 하는 곱지 않은 시선을 많이 받은 자리였다.
또한 내년도 예산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발표에 교육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불과 하루 전, 국정감사에서 교육부 장관은 “정시 확대 요구는 학종에 대한 불신 때문으로, 학종 공정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교육부는 느닷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중요한 입시 제도를 공청회도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이루어진다면, 교육이 정치에 종속되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의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견디다 못해 일어섰다. 정치편향 교사들의 가르침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이 불쌍하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의 중간고사 한국사 문제를 보면 기가 막힌다. 상식 이하의 정치 감찰 관련 시험문제를 보고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더욱이 초등학생들이 불러대는 검찰개혁 동요 동영상을 보면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
교육백년대계, 개천에서 용 나온다라는 말을 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다. 우리의 경제발전엔 교육이 커다란 공헌을 했다. 정치권은 심사숙고 모두가 공감하는 입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한 김정은에게 또 뒤통수를 맞았다. 금강산의 남측 시설물을 철거해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 10년 넘게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 사업도 중대 기로에 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김정은에게 뒤통수 맞은 게 어디 이번뿐이랴? 대북 관계에 있어서 정부는 제목소리를 확실하게 내야 할 것이다.
일왕 즉위식에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참석했다. 출구가 보이질 않던 한일관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야 한다.
1년 동안 일어날 일들이 10월 한 달 동안 다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 훗날, 역사가들은 2019년 10월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그 10월 때문에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성숙했다라고 기록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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