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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52>서울에서 ‘책’을 만나는 여행을 해보라.
  • 안산신문
  • 승인 2019.11.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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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마당도서관’은 관광 매력물로서도 잘 알려져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전달하는 장소다. 어쩌면 진화를 거부하는 곳이며 분명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재미있는 일을 만들 기회와 에너지가 제공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 조경국 지음,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을 읽고 나서 -    

‘서울 책보고’는 중고서점들이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여행을 가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마땅한 동료나 가족들이 없어 혼자 있을 때가 있다. 가까운 서울에 가보려고 해도 어디부터 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럴 때가 혼자 여행을 해야 할 때다. 고민하지 말고 책방과 도서관을 찾아가는 ‘책’ 여행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땅히 살 책이 없어도 좋고, 굳이 한 권도 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도시 내에서 관광지 못지않게 흥분과 재미를 선사할 수도 있으며 잊었던 추억을 건질 수도 있다. 서울 여행을 망설이는 사람 중에 주차와 도로 정체를 걱정하는 때도 많다. 이럴 때는 지하철이 딱 맞다. 시간도 맞추어 다녀도 되고, 이 글에서 추천하는 세 곳의 책을 모아 둔 곳은 다 지하철역에 접해 있다. 책방을 한 곳만 보면 되지 왜 여러 곳을 다녀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다 책을 팔거나 전시하는 곳이긴 하지만 커다란 차이점이 있어서다.
어디서 출발할지는 추천된 세 곳 가운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돌면 된다. 일단 하루 일정을 잡고 2호선으로만 다녀도 되니 ‘2호선 책 투어’라고 이름을 정하자. 중간에 점심이나 간단한 간식 또는 커피 한잔은 다 책방 안에서 하면 되는 곳들이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나와 스타필드 몰로 들어서 광장으로 가면 ‘별마당도서관’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어떤 이의 글에서 이 별마당도서관에 관해서 쓰면서 ‘은하수처럼 펼쳐진 서가, 문화공간 '별마당도서관'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물론 천장에 책이 매달려있는 것은 아니나 쳐다보기에 목이 아플 정도의 13m 높이 천장까지 5만여 권의 책이 빼곡히 쌓여있다. 처음 별마당에 들어서면 거대한 책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안으로 들어서는 것처럼 압도된다. 세상에 책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는 장소를 찾으라면 단연 이곳이 선정될 것이 틀림이 없다. 책을 빼서 읽어도 되고 의자와 콘센트가 있는 책상까지 많이 있어 장시간 체류(^^)가 가능하다. 편한 복장이라면 바닥에 털썩 앉아 책에 기대고 한두 시간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작은 토론장소도 있고 찾는 특별한 책이 있다면 안내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일반 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전문서적이나 잡지를 체험할 수 있다. E-book 코너까지 있다. 이곳에서는 책을 살 수는 없으나, 인근 책방이 있으니 사거나 주문을 하면 된다. 물론 별마당에 있는 책의 극히 일부분만 있을 정도로 규모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두 번째 목적지는 2호선 다시 타고 잠실나루역으로 가면 된다. 이곳은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향수에 젖게 만드는 장소, ‘서울 책보고’가 있다. 서울시가 오래된 창고를 고치고 여러 중고서점을 모아 만든 서울의 헌책방 상가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시는 이곳을 소개하면서 “오래된 책은 낡고 헌책이 아닙니다. 시대 정신과 사람의 체온을 품은 유기체입니다. 오래된 책에 새로운 가치를 입히는 복합문화공간 <서울 책보고> 이곳에 오면 오래된 책이 보물이 됩니다. 서울 책보고는 헌책을 그저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명사의 재능과 지식을 나누고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라고 적었다. 역의 1번 출구에서 내려서면 한눈에 양철로 된 긴 창고 같은 건물이 보인다. 겉으로 보면 밀폐된 은밀한 곳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출입구가 크고 뚜렷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물론 그것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안내대와 휴게소에서 안으로 들어서면 책 터널이 기다린다. 구조체를 원통형으로 하고 그사이에 책장을 넣어 터널을 완성하였다. 이곳에는 예전에 청계천을 지켰던 25개의 헌책방이 각자의 책장을 가지고 책을 선보인다. 일부 책장은 이 서울 책보고에 기증한 인사들의 책들을 꽂아놓았다. 옛 추억을 생각하며 온 5, 60대의 어른들이 많을 거라는 선입관은 들어서자마자 깨졌다. 주부들과 함께 온 어린이들이 많았고, 책가방을 멘 학생들 그리고 연인들도 있었다. 여기서도 가족들이 옆에 책을 가득 쌓아놓고 벽에 기대서 읽고 있는 장면이나 혼자서 사색하며 책을 고르는 모습은 참 아름답게 보였다.

‘아크앤북’은 새로운 경향을 잘 접목하여 과감한 시도를 통해 책방의 미래를 일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을 여러 권 사면 조금 무거운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책의 무게만큼 행복감을 준다. 지척에 역이 있으니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편이함이 느껴질 것이고, 전철이니까 읽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않아도 되니 좋다. 이번엔 을지로 입구 역에 내려 1-1번 출구로 나가면 전면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지하에 디스트릭 씨(District C)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현대식 시장(?)이 나온다. 톡톡튀는 디자인으로 무장된 의류를 비롯한 생활용품과 문방구류를 파는 가네나 재치가 넘치는 이름을 가진 식당과 빵집 그리고 실험실 가운을 입은 종업원이 있는 카페도 있다. 가장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장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은 아크앤북(Arc N Book)이라는 책방이다. 얼핏 보면 평범한 서점처럼 보이나 책의 내용이나 분류법은 크게 다르다. 일반 서점에서 보기 힘든 책들이 가득하다. 새로운 트랜드를 반영하였다고나 할까. 일본에서 편집숍 형태로 크게 성공한 ‘쓰타야’ 서점을 흉낸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평도 있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서점을 선보였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또 계속해서 지명도를 넓혀가고 있고, 젊은이들이 많이 찾으니 활기가 넘친다. 책방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의 책터널은 여러 미디어 많이 소개되었다.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오는 이곳도 계산해서 만든 것일까?
책방을 하면 망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현시점에 지방에 작은 서점이나 독립출판사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매장 분위기를 연출할 때는 책방이 꼭 필요하다는 새로운 가설은 큰 쇼핑몰이 생길 때마다 입증이 된다.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여전히 중고서점과 골목 책방은 사라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변화’를 시도하면 그래도. 서울 책보고를 비롯한 이 세 서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하철 2호선으로 책방 여행을 권하면서 더는 문자 인쇄물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라고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책방 생기는 다른 움직임도 포착되는 경향은 뭘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온라인 구매로는 책이 갖는 매력을 다 느낄 수 없고, 책방이나 도서관에서 그냥 책을 구경하다가 영혼을 구하는 또는 잊어버린 꿈을 되찾는 책을 만나게 되는 행운은 기계 속에서는 느끼거나 즐길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책방 부흥시대가? 아직은 지나친 비약이다. 지하철 2호선 책 여행을 하며 여러분이 판단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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