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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53>빵에 대해서 알면 유럽여행이 즐거워진다.
  • 안산신문
  • 승인 2019.11.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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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작은 호텔의 보통 아침 식사 차림이다. 햄과 소시지, 치즈, 삶은 달걀을 더 선택할 수 있다. (독일)


우리에게 빵은 기호식품이지만 서양인들에겐 주식이다. 주식이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이 생존하는데 작용하였고, 온갖 사연이 담긴 문화 그 자체이다. 현지 사람과 진정으로 소통하려면 주식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가치를 배우고 인정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프랑스의 한 재래시장의 빵 가게이다. '파티세리'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프랑스 꼴마르)

한국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베이커리 카페가 부척 인기를 얻고 있다. 도시 외곽에서 시작한 넓은 여유 공간을 가지고 일반 빵집이나 프렌차이즈 빵집과는 규모 면에서 차이가 난다. 색다른 이름을 가진 빵들을 커피 등의 음료와 함께 판다. 양평 서종과 파주 헤이리 문화마을 등에 만들어진 이런 카페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전 성심당이나 군산의 이성당 등 오래된 빵집들이 인기를 끌더니, 일부 도시에서는 새로운 생긴 작은 빵집들이 빵집 투어를 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빵집이 유행을 타고 있음은 우리의 식생활이 바뀌고 새로운 창업 맛집이 늘어나면서 생긴 풍속도다. 그러나 우리 먹고 있는 빵이 빵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과는 다르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다. 한국식 짜장면이 있듯이 동양인 입맛에 맞춘 빵들이 아직은 우리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니 유럽에서는 단팥빵이나 카스테라나 폭신폭신 모닝빵을 찾기가 어렵다.

'블랑제리'인 빵들이다. 바게트와 곡물빵 등을 포함하면 그 대부분이 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유럽여행을 떠날 때 무엇을 기대하고 갈까? 대부분 유명한 관광지나 유적지 그것도 아니면 아름다운 풍경이나 거리를 볼 생각에 마름을 설렐지도 모른다. 한 이웃은 유럽의 바게트와 같은 딱딱한 빵을 먹을 생각과 그 향기를 맡을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유럽에서 아무리 잘 지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먹는 쌀밥과는 근본적으로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 집이 한식집이라고 하더라도. 거꾸로 한국의 빵을 마무리 잘 만들어도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의 오래된 빵집에서 파는 빵과는 비교할 수 없다. 맛이란 요리방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재료와 장인 정신을 가진 이가 있어야 만들어진다. 그들에게도 우리 어머니의 손맛 같은 것이 있을지도. 한 연구에 의하면 손맛에는 그 손에 자라는 유익한 미생물이 내는 맛이라는 것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빵을 만들려면 발효를 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효모인데, 바로 미생물이다.
최근 유럽을 9박 10일 동안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여섯 나라를 돌고 매일 한두 곳의 환경사업장을 방문해야 하는 워낙 여행 일정이 빡빡한 데다 현지인들과 식사를 할 기회가 많아 따로 우리 일행이 원하는 것을 찾아 먹을 기회가 적었다. 채소는 거의 없고 여러 가지 빵들과 가공육 그리고 우유와 달걀 정도만 있는 작은 호텔들의 아침 식사와 현지식을 먹어야 했으므로 빵을 본의 아니게 주식으로 삼아야 했다. 매일 이동하다시피 했으니 동네마다 빵의 모양이나 맛이 약간 달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또 한가지 빵만 먹게 되는 지겨움을 즐겁게 만든 것은 일행 중에 빵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있어 아침때면 빵에 관한 지식을 전수해 주었기 때문이다. 일단 빵은 우리말이 아니다. 포르투갈어 팡(p&#257;o, 필자가 듣기에는 팡과 빵의 중간이었음.)에서 온 것이라고 하는데 프랑스에서 판(pain, 빵을 아주 짧게 발음하며 비슷해짐)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빵집을 불랑제리(boulangerie)라고 하는데 제과와는 다른 빵을 말하며 밀가루와 소금 그리고 효모로 발효해서 만든 빵만을 말한다. 시골에 가면 아침 일찍 동네 주부들이 나와 아침 식사용으로 빵을 사는 곳이 블랑제리다. 우리식으로 하면 쌀을 사는 곳이다.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말랑말랑한 그런 빵이다. 바게트(baguette)나 베개같이 생긴 곡물 빵 이런 것들이 블랑제리이고, 이런 빵을 파는 곳이 빵집도 블랑제리라 한다. 이들 빵이야말로 전통적인 의미의 빵인 것이다. 곡물이나 발효의 정도 그리고 만든 이, 블랑제(boulanger)에 따라 생김새나 색깔이 달라진다. 이 빵을 잘라서, 바게트의 경우에는 길이로 칼로 잘라 벌린 다음 그 안에다가 햄과 치즈 그리고 약간 상추 등을 넣어 먹으면 그것이 바로 이곳의 식사인 것이다. 아침에 주로 먹는 둥글고 단단한 빵들은 손으로 찢어 그 안에 버터를 바르고 약간의 잼까지 넣어 먹는데 이때 빵 부스러기가 사방에 흩어져도 흉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비에누아제리'라 불리는 제과인 페이스트리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크로아상이다. (프랑스 뮐라즈)


블랑제리가 제빵이라면 제과는 파티세리(patisserie)다. 그러니까 제과점도 파티세리이다. 앞서 설명한 빵을 제외한 우리가 빵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모두 파티세리인데 단팥빵이나 카스테라 등은 일본식이니 아니다. 페이스트리, 마카롱이나 케익도 파티세리에 속한다. 여긴 부풀릴 때 효모를 쓰지 않고 화학적 팽창을 위한 베이킹파우다를 쓰거나 안 쓰는 점이 위의 빵과 구분하는 뚜렷한 차이점이기도 하다. 우리 말로는 이들도 빵이라 하나 프랑스와 벨기에에서는 그 구분을 명쾌히 한다. 파티시에(patissier)는 일반적으로 제빵사인데 잘 훈련된 전문적인 직업인을 말하며, 페이스트리 쉐프(pastry chef)라고도 한다. 파티세리에서 파는 많은 종류가 페이스트리라서 그런 것 같다. 페이스트리는 맛을 좋게 하가자 달게 하려고 밀가루, 물  그리고 버터 등 고형지방으로 만든 반죽을 말하기도 하며, 밀가루, 설탕, 우유, 버터나 쇼트닝, 베이킹파우더와 달걀과  같은  다양한 재료로 만든  많은 종류의  구운 제품을 나타내기도 한다. 타르트, 파이, 크루아상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하는데 전문가에 따라 분류가 약간 다르다고 한다. 
어떤 이는 제3의 종류의 제과로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유래한 빵들인 비에누아제리(viennoiserie)를 든다. 이런 용어가 있다는 것 자체가 과거 오스트리아에 발전된 제과 문화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페이스트리류를 그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밀가루와 버터를 중첩하여 얇게 만드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여서 하면 수많은 층이 생기고 이를 굽게 되면 버터가 녹으면서 형상이 나타나는 종류를 일컫는다. 효모를 쓰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도 퍼프나 데니스 등 많은 종류가 있다.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것이 크루아상(croissants)와 브리오슈(brioche)이다. 이런 정도만 알아도 여행이 즐거워지고 좀 잘난 척을 할 수 있으니 그동안 왜 모르고 지났나 싶다. 물론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틀린 점이 많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프랑스나 벨기에 그리고 그 밖의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할 때 빵집 이름을 보고 다니면 여행 재미가 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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