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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와 정치인
  • 안산신문
  • 승인 2019.12.0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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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 <동화작가>

12월이다.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은 우리에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하고, 많은 생각에 젖어들게 한다. 또한 새해의 희망을 그려보게 하는 소중한 달이 되기도 한다. 12월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이맘때가 되면 늘 떠오르는 단편소설 한 편이 있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그것이다. 이 단편소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단짝과 함께 처음 읽었다. 문학가를 꿈꾸던 단짝은 후에 시인이 되었다. 단짝이 시인이 되는데 이 작품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 믿고 있다. 이 단편소설은 오 헨리의 단편 가운데 가장 빼어난 작품으로 무명화가 버먼 노인의 예술혼을 감동 깊게 그려냈다.
오 헨리 작품의 특징은 이야기의 결말부분에서 독자들을 깜작 놀라게 만드는 반전이다. 문학계에서는 작가들의 반전이 뛰어난 작품들을 ‘오 헨리 식 결말’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이 작품 마지막 잎새에서는 그 반전이 버먼 노인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다.
화가를 꿈꾸는 수와 존시는 공동화실에서 함께 그림을 그린다. 그러던 어느 날, 존시가 폐렴에 걸려 병석에 눕게 된다. 하루하루 악화되는 병세에 존시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더욱이 창밖의 담쟁이덩굴은 존시의 생명의 불꽃을 빠른 속도로 꺼져가게 만들고 있다.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담쟁이 잎을 바라보며 존시는 잎이 다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거라는 자기최면에 빠지게 된다.
걱정하던 수는 아래층에 살고 있는 무명화가 버먼 노인을 찾아가 존시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제 한 잎 밖에 남지 않은 담쟁이덩굴, 몰아치는 비바람이 창문을 쉴 새 없이 흔들어대고 존시의 생명의 불꽃도 꺼져간다.
다음날 아침, 창밖의 담쟁이덩굴을 바라보는 존시는 깜짝 놀란다. 마지막 남은 잎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이었다. 그다음날도 여전히 담쟁이 잎은 붙어있는 게 아닌가.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는 잎을 보자, 존시의 생명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다.
수는 기쁨에 버먼 노인을 찾아간다. 그러나 노인은 이미 죽은 뒤였다. 마지막 잎이 떨어진 날 밤, 벽에 일생일대의 명작인 마지막 잎을 그려놓고 폐렴에 걸려 죽은 것이었다. 삶의 희망을 잃고 죽어가는 존시에게 자신을 희생하며 희망의 불꽃을 선물한 버먼 노인과 그가 그린 마지막 잎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희망, 그것은 우리의 삶을 아름다운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징검돌 같은 선물이다. 그러한 희망의 선물이 여느 해보다 더 많아야 할 2019년이었다. 삶은 희로애락의 함축판이다. 웃음보다는 슬픔이, 아니 분노와 좌절이 더 많았던 한 해였다. 
춥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대설 절기도 이름값을 하려는지 매섭게 추위를 더해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1년 내내 우리 국민들은 추웠다. 나라는 제대로 돌아가는 건지, 이 나라의 톱니바퀴는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건지 한여름에도 추웠다.
아직도 서로 네 탓 식 내로남불의 시위는 끝날 줄 모르고, 김정은이 미사일을 그렇게 쏴대는데도 정부는 앵무새처럼 유감의 말 밖에 할 줄 모른다. 도저히 믿음이 가질 않는 안보와 국방이다. 게다가 조국 타령은 언제나 끝날지, 조국은 검찰에 불려와 입을 아예 다물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변호사들이 그를 포진하고 있는데도 꿀 먹은 벙어리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6월 지방선거 때 울산, 창원시장 등의 야당후보가 낙선되고 여당 후보가 당선된 이면에 정부의 음모가 있었다는 뉴스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의 기반이었던 수출도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국회는 어떻게 여야 구분 없이 똑같이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국회인지 1년 내내 한숨만 나왔다.
마지막 잎새를 그린 버먼 화가 같은 정치인은 이 나라에 없는 것일까? 가슴 시린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버먼 근처만 가도 괜찮을 정치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눈 씻고 봐도 없다. 타인에게 물으면 별 이상한 것을 묻는다며 통박을 받을 정도이다.
나를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 밤바다를 파도로부터 지켜주는 등대와 같은 정치인은 정녕 없는 것일까, 오호통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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