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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공존의 시대 편
  • 안산신문
  • 승인 2019.12.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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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명견만리 제작팀, 인플루엔셜>

각 분야 명사들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여 렉처멘터리(Lecturementar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명견만리>는 총 네 권의 시리즈가 있는데, 1권은 ‘인류의 미래’ 편으로 인구, 경제, 북한, 의료를, 2권은 ‘미래의 기회’ 편으로 윤리, 기술, 중국, 교육을, 3권은 ‘새로운 사회’ 편으로 정치, 생애, 직업, 탐구를 다뤘다. 이 책은 4권 ‘공존의 시대’ 편으로 불평등, 병리, 금융, 지역에 대한 내용이다.
  1부(불평등)는 재벌독식 경제구조와 부의 편중이 없는 사회를 위해 세계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장기화되는 구조적 저성장과 경제적 양극화 속에서 새로운 공존의 패러다임을 모색한다. 2부(병리)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늘어나는 개인의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사람과 사람을,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3부(금융)는 현금 없이 간편 결재 앱으로 이루어지는 길거리 버스킹 및 교회헌금, 커피숍 등 핀테크가 가져온 생활의 변화와 숫자로만 존재하여 만질 수 없는 가상화폐가 가져올 미래 금융산업을 예측한다. 4부(지역)는 단절된 도시의 연결성을 회복하는 사회 움직임과 지방과 도심의 균형발전을 위한 과제들을 제시하고 찾아본다.
  책은 1부 ‘불평등’ 부분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세계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모두가 행복한 공존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도 비껴갈 수 없어 보인다. 최근 전국 2,800개 학교가 비정규직인 돌봄 교사와 급식 종사자의 파업으로 4교시 단축수업을 하거나 급식을 빵과 우유로 간신히 대체했으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으로 비정규직 철폐 및 처우개선 촉구시위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또한 인터넷 뉴스에는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하행선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였지만 해고를 당한 요금수납 노조원들이 진, 출입로를 점거해, 서울을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마치 명절을 연상할 만큼 꼬리를 물고 있는 사진들도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공정한 기회와 평등한 처우, 같은 시간 같은 노동의 대가’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일자리의 불균형과 소득격차 문제는 여기저기서 곪을 대로 곪아 일촉즉발의 상황처럼 보인다.
  “최근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즉,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 (중략) 요미우리 신문사의 2017년도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들의 71퍼센트가 ‘능력, 성과, 근속연수’가 같으면 비정규직 노동자도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p87)
  일본은 일자리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이 여론을 모아 투쟁하였고, 이에 정부가 발 빠르게 기준을 마련, 발표하였다. 높아진 일자리의 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을 이끌어냈고 결국, 소비절벽, 경기침체, 저출산과 고령화의 늪에서 벗어나는 발판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고용의 불평등 문제도 위와 같이 풀어 나간다면, 단시간에 해결될 수는 없더라도 같은 노동, 같은 대가를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 OECD 가입국가 중 자살률 1위, 행복지수 최하위라는 고정 순위에서 한 발짝이라도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은 단 2퍼센트, 일본 18.5퍼센트, 미국 28.9퍼센트. 이는 자산 10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인 부자중 상속이나 증여로 부자가 된 비율이다. 대한민국은? 무려 74.1퍼센트가 상속부자다.”(p23)
  더 이상 개천에 용이 나는 일은 없다고들 말한다. 출발지점이 다른, 결과가 뻔한 달리기 라인에 서있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게 될 것인가? 계층 간 장벽이 이미 두터워진 것 같아 씁쓸하지만 불평등은 공동체를 빠르게 분열시키므로 공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임이 틀림없음을 시사한다.
  33개의 객관적 데이터를 그래프로 제시하여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논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 사회학이나 세계경제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보아도 무리가 없다. 각 장마다 담당 피디의 취재노트가 있어 에피소드와 취재 후 생각들을 담아내 별책 부록 같은 재미가 있고, 맨 뒷부분에는 ‘더 볼거리’를 제공하여 해당 방송날짜와 참고목록 출처를 실어 신뢰도를 더하였다.
  미래에 맞이할 과제를 예측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맞닥뜨린 현안에 집중하는 것이 곧 미래를 대비하는 혜안임도 잊지 않아야 한다. 여러 선진국들이 먼저 겪은 시행착오로 지름길을 안내하고는 있지만, 우리사회가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공존의 시대를 열자는 화두를 던진다. 깊이 숙고할만하다.

강경화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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