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영화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은 7, 80년대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떠들썩했던 멕시코 출신의 미국 가수 ‘시스토 로드리게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로드리게즈는 단 두 장의 앨범을 내고 사라진 실제 인물입니다. 이 가수의 앨범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지금까지도 최고 인기앨범으로 남아있습니다. 정작 앨범을 만든 미국에서는 6장만 팔리며 환영을 받지 못했지만, 그 중에서 1장을 구매한 어느 소녀가 자신의 나라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앨범을 가져가면서 흥행은 시작되었습니다.
그가 누군지 궁금했던 사람들이 로드리게즈를 수소문하여 찾았을 때, 그는 음악 대신 다양한 직업으로 충실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로드리게즈는 199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첫 단독공연을 가지게 됩니다. 그를 보기 위하여 콘서트장에 모인 관객들은 10분 동안 격렬한 함성을 질렀습니다. 그 때 로드리게즈는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서 이렇게 인사했습니다. “살아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어느 누군가는 이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을 ‘기적 같은 실화’라고 말합니다. 모두가 실패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모르는 어느 곳에서는 그를 그토록 오랫동안 보고 싶어 했다는 것, 또한 그를 향한 따뜻한 환대는 한 사람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던 것입니다.
올 연말, 우리나라에도 로드리게즈와 같은 슈가맨이 나타났습니다. 1991년도에 그가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의 영상은 유투브에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고, 유명한 가수들이 한다는 팬미팅도 잡혔습니다. 점점 더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는 반대로, 과거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그리워하는 ‘레트로’(Retro) 열풍에 딱 맞는 인물! 바로 가수 ‘양준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다가 사라진 가수들을 찾아주는 TV프로그램을 통해서 화제의 인물이 된 그는 이런 열풍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어느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살면서 투명인간이 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거든요. 그리고 내가 왜 존재하나라는 퀘스천마크가 굉장히 큰데.… 모든 대한민국이 저를 받아주는 따뜻함이 그걸 다 이렇게 녹여주셔서 더 이상 저의 과거가 나를 괴롭히지 않는 것 같아요.” 아직도 자신을 기억하고 받아주는 곳이 있다는 것! 더 이상 투명인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임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은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일으킨 ‘기적 같은 실화’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어떤 이를 향한 따뜻한 환대는 중요합니다. 실의와 절망에 빠져 있던 사람도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 곧 일어서게 됩니다. 당장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모든 것을 놓아버렸을 때에도, 사랑과 관심의 말 한마디가 있다면 인생이 바뀌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번 2020년을 바라봅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참 많은 갈등을 겪었습니다. 각자 이유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언제든지 힘들 수 있으니 기회가 될 때 확실히 이기자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을 이기는 것만이 내가 잘 되는 길일까요? 아닙니다. 부침(浮沈)이 있는 세상살이에서 어려움이 왔을 때, 누군가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것도 내가 잘 되는 길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환대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부디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에는 누구나 환대받고, 모두를 환대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탐욕에 눈이 멀어서 소홀했던 소외된 자들을 돌볼 줄 알고, 나와는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했던 이기심을 버리고, 나그네를 향하여 세상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멋진 2020년이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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