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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庚子年) 새해 단상(斷想)
  • 안산신문
  • 승인 2020.01.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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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 <동화작가>

경자년 쥐의 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쥐의 해에 태어난 사람은 먹을 복이 있다고 했다. ‘쥐띠가 밤에 태어나면 한평생 먹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쥐는 인류에게 참혹한 해를 끼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흑사병으로 14세기 중엽, 유럽 인구의 1/5이 줄고 백년전쟁이 중단되기도 했을 정도였다.    
유년시절 토요일만 되면, 파리 잡아 가기와 쥐를 잡아 쥐꼬리 가져가는 게 숙제였다. 그 빠른 쥐를 잡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밤만 되면 천장으로 쥐들이 달리기를 하고, 천장엔 쥐 오줌이 지도를 그려놓곤 했다. 그러나 이런 쥐에게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예지력이 있다하니 신통방통 그지없다. 천재지변이 오기 전에 쥐들은 무리지어 살던 곳을 떠난다는 이야기가 여러 고서에 나오고 있다. 게다가 쥐는 인류의 난치병을 치유할 수 있는 실험대상으로 쓰이고 있어 유전공학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동물이다.
올해도 여느 해처럼 새해맞이 일출명소를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떠났다. 국립공원공단은 올해의 일출명소로 명산 5곳을 선정했다. 지리산의 천왕봉과 바래봉, 설악산의 대청봉, 북한산의 백운대, 태백산, 함백산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들이다. 그러나 일기예보로 인해 바다 쪽의 고속도로가 북새통을 이뤘다. 경포대, 정동진, 간절곶, 구룡포, 해운대 등 바닷가의 해맞이 명소는 그야말로 구름인파였다. 그 추운 날씨에도 새해 첫 일출을 마주하며 가족건강과 사업성공, 대학입시 등 소원을 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포항에서는 둘레 10.3m의 초대형 가마솥에서 떡국 1만 명분을 준비했다고 한다.
안산 수암봉도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올해는 구름 낀 흐린 날씨 탓에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수암봉을 오르는 사람들의 행렬은 끊이질 않았다. 일출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면서도 밝아오는 하늘을 향해 저마다 소원을 비는 모습이 참 인간적이었다. 
1년을 시작하는 새해와 하루를 여는 새벽이 갖는 동질감은 비슷하다. 하루를 여는 새벽 사람들의 현장엔 인간의 살아있는 숨결을 느낀다. 우리가 자는 시간에도 경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농수산물 시장, 새벽녘 귀항하는 배들이 항구에 쏟아내는 수산물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 뭉클한 삶의 시너지를 배로 느낀다. 새벽 시내버스 속에서도 그런 인간미를 느낀다. 시내버스를 타고 삶의 터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안쓰러움보다는 강한 삶의 의지를 느끼게 된다. 초지 시민시장의 5일장 새벽 풍경도 마찬가지이다. 난로 옆에서 잠깐 동안 추위를 털어내며 트럭에서 쉴 새 없이 내려지는 농수산물들과 상인들이 내뿜는 허연 입김을 보면 덩달아 가슴이 뛴다. 삶의 생명력이 꿈틀꿈틀 용솟음친다. 새벽 시내버스를 타고 오일장이 서는 초지시장을 자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쥐해의 의미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이 다산과 풍요이다. 새해 첫날 0시 정각에 태어난 아기의 예쁜 모습이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올해엔 곳곳마다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는 반드시 인구 절벽에서 탈출해야만 한다. 아울러 경제가 잘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국민은 힘든데 정부는 늘 장밋빛 황당한 결과만 내놓으니 도무지 믿음이 안 간다.
더욱이 이 나라의 미래인 젊은이들에게 사탕발림 선심성 수당은 재고해야 한다. 그들이 마음 놓고 취직전선에 들어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속히 조성해야 한다.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그런 진취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국민들이 온갖 고생하며 내는 세금이다. 그 세금으로 선심성 정책을 펴는 위정자들에게는 무서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퇴임 후에도 그 책임을 물어 몇 백 배 더 무겁게 토해내게 하고,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금이 국민의 무서운 혈세임을 온몸으로 실감할 것이다. 
경자년이 활짝 날개를 펼쳤다. 이제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 된다. 쥐처럼 부지런히 움직이며 우리의 희망과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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