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여러분은 어린 시절에 뭐하고 노셨습니까? 명절을 앞두고 한 친구와 전화하면서, 서로 학창시절,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걱정할게 없는 시절이었습니다. “얘들아, 놀자.” 그 한 마디에 다들 주저 없이 공터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구슬만 있어도 갖고 나오면 되었고, 딱지만 있어도 갖고 나오면 되었습니다. 공기만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없으면 서로 빌려주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맨몸으로 나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담벼락만 있으면 벽에 붙어서 말뚝 박기를 할 수도 있었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외치면서 놀아도 재미있었습니다. 때때로 분필이라도 생기면, 담벼락에 낙서만 해도 한바탕 웃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담벼락이 없어도 상관없었습니다. 나뭇가지 하나만 있으면, 바닥에 오징어를 그리고 놀면 되었습니다.
  물론 나뭇가지가 없어도 상관없었습니다. 술래 하나만 정하면 숨바꼭질을 해도, 술래잡기를 해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저쪽에서 ‘무찌르자 공산당’ 외치며 고무줄놀이를 하는 여자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괴롭힘으로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돌만 구하면 비석치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생각했습니다. 때로는 속상함에 울었고, 싸우기도 했지만, 먼저 외치는 ‘미안하다’ 한 마디에 마음을 풀고 다시 놀았습니다. 때로는 함께 놀지 않고 구경만 하면, 뭔가 모를 걱정에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숨바꼭질을 하다가 외치는 “못 찾겠다 꾀꼬리”는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며 외치는 소리이기도 했습니다. 해가 저물 때쯤 엄마가 외치는 ‘밤 먹어라’ 소리에, 서로 잘 들어가라고 외치는 그 시절! 마음이 따뜻한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 같이 놀던 친구들이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만드는 세상은 지금 어떤가요? 빌려주기보다 내 것을 움켜쥐어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커졌고, 아무 것도 없어도 행복하던 마음 대신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감을 느끼고, 서로를 걱정하기보다 없어도 그만인 무심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그렇게 작은 것에도 행복하던 아이들이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거친 세상 풍파에 숱한 상처를 입고 ‘독한 사람’으로 바뀐 것은 아닐까요?
  어린 시절의 그 행복을 잊어버린 대가는 이미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보다 더 독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어른보다 더 비정한 모습으로 친구들을 따돌리고, 더 독한 모습으로 친구의 것을 빼앗으려고 합니다. 뉴스에 나오는 것만 해도 충격적인데, 뉴스에 나오지 않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 짐작도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제 바꾸어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때의 그 마음을 다시 기억하여서, 지금 우리의 삶에서 다시 만들어가야 합니다. 아무 것도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세상, 나보다 먼저 서로를 걱정하는 세상,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즐거울 수 있는 세상,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가 먼저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 때 그 시절의 놀이를 즐기듯이, 우리 다시 놀아보면 어떨까요? 우리 각자 있는 자리에서부터 멋지게 시작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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