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은행에서 신권 교환을 하고 돌아오는 길, 비로소 설날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날 동요가 절로 새어나왔다.
가난했던 유년시절, 설날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곤 했다. 설빔도 설빔이지만 가장 매력적인 것이 세뱃돈이었다. 복주머니를 허리춤에 달고 친척집 이웃집 어른들에게 불풍나게 세배를 다녔다. 복주머니에 두둑한 세뱃돈을 보면서 빨리 커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에 떡국을 먹고 또 먹었다. 떡국을 먹어야만 비로소 한 살씩 먹는다는 어른들의 말에 떡국을 질리도록 먹었던 어리석은 추억도 함께 떠오른다.
설날은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이다. 설날은 음력 1월 1일로 구정, 정월 초하루, 음력설로도 불리며 한자로는 원단(元旦), 연수(年首), 원일(元日), 세수(歲首) 등으로 쓰고 있다.
설의 기원은 우리나라 고대 부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자들은 부여 때부터 설날의 풍습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구체적인 설날의 풍습에 대한 기록은 신라시대부터이다. 설날이 이미 오래전부터 중요한 명절로 여겨졌다는 증거이다. 한해의 운수대통을 축원하는 세시풍속이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설날부터 대보름까지는 빚 독촉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설날의 명칭 변천을 살펴보면 민족의 애환까지 알 수 있다. 일제 때 일본은 자기네들이 사용하는 양력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신정 쇠기를 강요했다. 온갖 악법으로 설을 막으려 했지만 그들의 야욕대로 되질 않았다. 이승만 정권 시절엔 국민 휴업을 금지하는 음력설로 강등되고, 박정희 정권 때에는 음력설을 못 쇠도록 중단한 적도 있었다. 전두환 정권 때는 민속의 날로 바뀌었고, 노태우 정권 때에서야 비로소 설날 명칭으로 다시 제 모습을 찾게 되었다. 한자문화권에서 우리나라, 중국,  베트남, 대만은 음력설을 북한과 일본은 양력설을 쇠고 있다.
설과 연관되는 속담들도 많다. 그 중 많이 쓰이는 속담을 보면 ‘설날에 옴 오르듯(일을 시작할 때부터 재수 없는 일이 생김을 이르는 말), 남의 떡에 설 쇤다(남의 덕택으로 공짜로 이익을 보게 됨을 이르는 말), 설에는 옷을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설과 추석이 좋은 날임을 이르는 말)’ 등을 들 수 있다.
설날이 가까워오면 교통량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5년간(2014~2018년) 설 연휴 교통사고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휴 시작 전날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가 일평균 약 698건으로, 연간 일평균(약 608건)보다 15% 가량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는 연휴 전날 오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저녁 6시 전후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근과 귀향이 겹쳐 차량 통행량이 많아지면서 사고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분석을 참고하면 귀향길 안전운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올 설 연휴엔 교통사고가 한 건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 연휴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4·15 총선에 나서는 정치인들이다. 총선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자신 알리기에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일 것이다. 이때쯤이면 거리마다 출마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있게 된다. 가뜩이나 정치인들에게 신물이 나도록 돌아선 국민들에게 현수막은 거리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마음까지도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다행히도 올 총선엔 정당과 정치인들의 명절인사 불법현수막이 사라질 전망이다. 이웃 수원시는 설 명절을 앞두고 정당과 정치인들의 명절인사 불법현수막을 발견하는 대로 철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앓던 이가 빠질 정도로 속이 다 후련하다. 우리 시에도 벌써부터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 총선은 지연과 학연 그리고 정당을 초월해서 사람다운 사람을 뽑는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행복이 가득한 설날을 그려본다. 세뱃돈으로 행복한 모습의 아이들처럼, 모든 사람들의 주머니마다 행복이란 세뱃돈이 가득 담기는 설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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