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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여행이야기<60>걷는 여행이 여행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 안산신문
  • 승인 2020.02.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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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은 아름다운 해양 경관을 끼고 있어 걷는 여행을 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하지만 접근성이 너무 좋아 관광 철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호젓한 걷기가 어렵다. (제주도 안덕면)

혼자 걷는 길은 없다. 당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여행을 하던 과거에 그 길을 걸었던 모든 사람 현재 걷고 있는 모든 사람이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당신과 함께한다. 당신은 그 모두와 함께 걷고 있다. 이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 류시화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에서-
  
   걷는 여행이 여행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옛길은 포장되지 않고 수려한 경관을 바라보면 걸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걷기 여행이 인기를 얻으면서 밟기로 길이 훼손되는 때도 있다. (충북 충주시)

   스페인의 북부 도시 빌바오(Bilvao)와 산탄데르(Santander)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두 도시에서 가리비 문양의 길 안내 표시가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이었다. 가리비 형태를 보는 순간 걷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이 길은 스페인의 북부 해안 따라 걷는 길로 이룬(Irun)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델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825km를 걷는 길이었다. 100km라도 걷고 싶었지만 결국 걷지 못했다. 야고보가 묻힌 이 특별한 도시로 순례를 가는 길은 보통 네 갈래 정도인데 우리가 잘 아는 내륙의 길은 프랑스 길(Camino Frances)이라고 하고 앞서 소개한 길은 북쪽 길(Camino del Norte)이라 한다. 물론 더 많은 길이 있다. 프랑스 길은 피레네산맥의 프랑스 지역에서부터 출발하는 가장 인기 있는 약 790km의 순례길이다. 이렇게 스페인의 순례길을 소개하는 것은 이 순례길을 걸어본 어느 언론인이 고향 제주도에서 이와 같은 길을 만들고 싶어서 만들 길이 올레길이어서다. 올레길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일으켰다. 전국 방방곡곡에 새로운 걷는 길들이 열려 도시와 마을마다 길이 생겼다. 현재에도 공사(?) 중인 길이 있어 이제 그 개수를 세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걷기 열풍은 ‘걷기 여행’ 또는 ‘도보여행’을 관광의 한 분야로 굳건하게 자리 잡게 하였다. 그래서 ‘걷기 여행’이라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창에서 치면 수많은 여행 상품이나 여행 후기들이 줄줄이 뜨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무위키’에서는 도보여행을 ‘트래킹’이라고 하지 말고 ‘트레일’이라고 정의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좀 더 따져 볼 여지가 있지만 어쨌든 두 용어가 혼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는 ‘걷기 여행길 종합안내 포털(koreatrails.or.kr)’을 운영하였는데 최근까지 매달 걷기 좋은 길을 선정하여 추천하였다. 2016년에는 한 일간지(중앙일보)가 ‘대한민국 10대 걷는 여행길’을 소개하였었다. 물론 제주 올레길이 포함되었고, 북한 둘레길, 괴산의 산막이길, 안산 대부도 해솔길 등이 포함되었었다. 선정 한 해 전에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걷기 여행길 100곳 중 10곳을 고른 것이었다. 또 지역적으로 골고루 분배했다. 2013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 포털은 전국 540개 트레일, 1,360여 개 코스의 정보를 구축한 국내 최대의 트레일 사이트였다.
   걷는 길은 처음에는 기존 있었던 옛길을 잇는 것이 주였다. 특히 산촌이나 해안지역에서는 지역 특성상 이웃 마을까지 차가 다닐 만한 길이 없는 경우가 흔해서 사람 한두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길이 많다. 이들 길은 문화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소통과 교류의 통로였다. 경북 안동지역 옛길은 과거 선비들이 걷는 길이었고, 올레길도 옆 마을로 가는 길이었다. 그래서 길에서 시골 마을 정취와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도시민들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하고, 휴식과 치유의 길이 되었다. 올레길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전국 지자체들이 수많은 길을 양산하였다. 대구에서는 도심의 골목길도 찾아내어 골목길 투어 만들고 일곱 개 코스를 홍보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 애초에 옛길이 없었거나 지나치게 짧거나 이미 사라졌으면 새롭게 조성하였다. 인위적으로 만든 길은 대부분 자연 훼손의 시비가 일었다. 그래서 아름답고 평안한 길이 많지만,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양산하는 길도 있는 것이다.

산길을 걷는 것은 가장 쉽게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를 체득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걷는 여행이 건강을 위한 최고의 운동이라는 인식이 널리 심어지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우리나라의 경우 크게 험한 길이나 아주 긴 길은 없다. 대개 하루에 소화할 수 있도록 구분되어 있고, 당일에 숙소에 쉽게 도착할 수 있는 것이 보통이라 걷는 여행이라 하면 당일 여행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거주 지역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길을 선정할 때 인위적으로 조성될 길보다 오래된 길이나 자연이 잘 유지된 경관이 좋은 길을 권한다. 여러 명이 어울려 갈 때는 숲길인지 산을 오르내리는 길인지 들판이나 바닷가 길인지를 알고 쉴 곳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걷는 길에는 보통 다양한 연령층이 부담 없이 참여하므로 안전과 도보 시간을 정하고 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걸음걸이가 느린 참가자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걷는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혼자 하는 여행이다. 누군가가 걸었던 길이었으므로 혼자지만 어쩌면 혼자가 아닐지도. 자신이 살아왔던 일에 대해서 반추해보며 자신과 대화하고, 새로운 마음 다짐하며 다른 이들을 용서하는 마음을 다짐하기도 한다. 자신이 바로 길벗이 되는 것이다. 걸으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최근 건강과 연계하여 걷는 여행이 많아졌다. 걷기와 건강은 가장 잘 결합한 최신 여행 트랜드다.

대자연 속으로 걷는 것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할뿐 아니라 심신의 안정을 찾게 한다. (뉴질랜드 타우랑가)

걷기 여행에서는 편한 신발이 좋다. 편한 것을 찾더라도 아주 얇은 운동화나 샌들처럼 지나친 것은 피해야 한다. 돌이 많은 길에서는 발을 피곤하게 하고, 샌들은 끈이 끊어지면 대책이 없다. 겨울에는 당연히 방수되는 등산화가 좋다. 그런 다음 여행자가 다음과 같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떠나야 한다. 길에서 다른 만난 다른 여행자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기본 에티켓을 지키고, 길 주변의 살아있는 동식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지역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는 책임 있는 자세다. 자주 걷는 여행자는 가지고 다니는 배낭에 모자와 수건, 기본 세면도구, 두툼한 점퍼와 얇은 비옷 그리고 무릎 보호대와 통증이나 상처에 바르는 연고나 일회용 밴드 그리고 여분의 양말 한두 켤레, 수첩과 필기도구, 텀블러를 넣어두면 편하다. 그리고 아무 때나 떠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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