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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지 말자
  • 안산신문
  • 승인 2020.02.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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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어느 날 밤, 한 환경미화원이 갑작스러운 충돌에 결국 숨졌습니다. 한 자동차에 치인 뒤 17m나 튕겨져 나간 그는 머리를 크게 다칩니다. 이 사고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환경미화원은 이틀 만에 숨집니다. 용의자로 검거된 사람은 한 은행의 부지점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용의자는 ‘자신은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과실치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이 모든 상황을 뒤집는 몇 개의 영상이 나옵니다. 한 자동차가 술에 취했는지 차선을 넘나들며 밤거리를 달리다가 경고 표지판을 들이받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갓길에 서 있던 환경미화 차량과 환경미화원을 들이받습니다. 환경미화원을 들이받은 후에도 놀라는 것이 아니라 거기 있었다는 이유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습니다. 그렇게 아무 죄의식 없이 집에 도착한 후에 주차장에서 환경미화원을 들이받은 사이드미러를 이리저리 살핀 뒤에, 집에 들어갑니다. 모든 정황을 볼 때, 용의자는 환경미화원을 들이받았음을 다 알고 있었음이 틀림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뺑소니를 낸 범인으로 긴급체포됩니다.
  잊혀질 뻔한 진실을 밝혀준 이 상황들을 빠짐없이 담아낸 것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번째가 바로 차 내부에 설치된 ‘블랙박스’였습니다. 본래 블랙박스는 항공기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장비입니다.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에 조정석에서 오고 갔던 대화 내용들이나 교신 기록들, 그리고 비행 영상 등을 담고 있어서 ‘실시간 비행일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에서 착안하여 만들어진 것이 차량용 블랙박스입니다. 이제는 손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 되었고, 새 차를 구입할 경우 반드시 장착해야만 하는 필수 부품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가 바로 CCTV였습니다. CCTV는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약자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특정인들에게 제공되는 TV를 말합니다. 방범, 감시, 화재 예방 등 안전을 위해서 설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언젠가부터 곳곳에서 CCTV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극소수의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전역이 CCTV로 볼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앞에 나온 사건에서도 용의자가 사이드미러를 관찰하고 있는 장면은 그의 집 앞에 있던 CCTV에 고스란히 잡힌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블랙박스와 CCTV 덕분에, 우리나라는 말로 가려질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불리한 일을 만나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모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데 완전히 감춰질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최소한 우리 마음과 생각에도 블랙박스는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것을 마주합니다. 그것은 눈과 귀로 촬영되어,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마음과 생각에 저장됩니다. 때때로 문득 하나씩 꺼내어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억울하게 당했던 일이 떠올라 화가 나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이 떠올라 부끄러워지고, ‘그 땐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후회와 한숨을 짓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진실을 압니다. 그러므로 감추려고 하지 않은 것이 복된 삶인지도 모릅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마지막 순간에 회한을 남기지 않도록 정직하게 사는 것이 더 복된지도 모릅니다. 후회하지 않도록, 감추지 마십시오. 떳떳하고 당당한 오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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