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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몰고 온 쓰나미
  • 안산신문
  • 승인 2020.02.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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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 <동화작가>

친구들과 정기적인 모임의 화제는 당연 봉준호 감독이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는 엉뚱하게 정치 이야기로 끝나고 말았다. 발단은 태어날 손자의 이름을 봉준호 감독의 이름을 따서 짓고 싶다는 얘기 때문이었다. 분위기는 긍정과 부정으로 순식간에 바뀌고 말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를 받아 유명인이 될 수 있다는 긍정론과 유년시절의 기생충에 관한 추억으로 안 좋을 수 있다는 부정론이었다.
하긴 1950년대 우리나라는 기생충 보유율이 95%로 기생충 국가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 시절 ‘기생충 박멸하여 내 건강 내가 찾자. 기생충 줄어들면 국민체력 늘어난다.’라는 표어까지 기억해 냈다. 게다가 채변봉투와 기생충 약인 산토닌, 담임선생님들의 이야기도 재생산 되어 나왔다. “아침을 굶고 오면 기생충도 배가 고픈 기라. 이 때 이 약을 먹으면 기생충이 음식인 줄 알고 턱 받아먹고 기절하는 거지. 대변을 볼 때 기생충이 몇 마리 나왔는지 정확하게 알아오도록. 그리고 너희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기생충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알았지?”
담소가 끝날 무렵엔 기생충 이야기가 엉뚱하게 정치로 비약하고 말았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국민의 세금을 제 것인 양, 미래를 생각지 않고 막 써대는 기생충들이 많은 게 정치판이잖아. 벌써 총선 후보들 몇몇은 봉준호 감독을 패러디해서 홍보에 열 올리던데. 따지고 보면 기생충 같은 숙주나 똑 같은 모양새지.” 다음 모임에는 절대로 정치이야기는 꺼내지 않기로 하고 헤어졌다. 
시간이 흘렀지만 봉준호 감독을 떠올리면 아직도 신바람이 난다. 어깨가 절로 들썩이게 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영화가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켰다. 그것도 전 세계를 강타한 신나는 쓰나미였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을 거머쥐었다. 봉준호 감독의 환호하는 모습은 온 시청자들을 마치 감독이 된 것처럼 마법을 만들었다. 게다가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은 감동 그 자체였다.
"어렸을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이 말은 위대한 감독 마틴 스콜세이지가 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장소에서 말씀을 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봉준호 감독은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에게 영광의 화살을 돌렸다. 시상식장을 감동의 바다 속으로 빠뜨리게 만들었다. 또한 동료 감독들과 트로피를 나누고 싶다며 “텍사스 전기톱으로 이 상을 5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라고 피력했다. 봉준호 감독의 거인다운 인품이 흘러나오는 수상소감에 절로 박수를 보냈다. 
돌아보면 영화 기생충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결코 기적처럼 나타난 게 아니었다. 소년시절부터 ‘주말의 명화’ 같은 외화를 보며 영화감독을 꿈꾸어 왔다고 했다. 영화를 너무 알고 싶어 같은 영화를 수십 번 되돌려보기도 했다고 했다. 꿈을 이룬 봉준호 감독에게 존경심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영화에 나온 장소들이 명소로 되고, 영화에 나온 음식들은 유통업계에 수많은 마케팅이 되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쥐라기공원’이 온 세계를 흔들었다. 6,500만 달러로 만든 쥐라기공원은 1년 만에 8억 5,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자동차 150만 대를 수출해서 얻은 수익과 같은 것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자동차업계가 한 해 동안 수출한 자동차가 약 80만대 수준이었다고 한다. 영화 한 편이 몰고 온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세계적 감독들이 봉준호 감독에게 젊은 시절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봉준호 감독이 몰고 온 쓰나미로 미래를 짊어질 꿈나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제반에서 꿈을 펼치는 거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이 나라의 국력과 국격이 세계 속으로 뻗어갈게 아닌가. 봉준호 감독, 우리의 자랑이며 거인이다. 제2, 제3의 봉준호가 여러 분야에서 나오는 꿈을 꾼다. 어찌 신나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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