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안산제일복지재단 수석이사>

2년전에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마지막날 찾았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Yad Vashem -The World Holocaust Remembrance Center)에서 받은 충격이 마음 한구석에 숨었다가 때때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야드 레이엘드(Yad Layeled)에서 나치에게 학살된 150만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같은 환상에 빠진다.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학살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두가지다. 유대인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혀 죽게 한 사악한 종족이고, 당시 독일의 모든 경제활동을 장악하고 있던 유대인들을 없애므로 피폐된 국민의 삶을 회복할 수 있다고 반유대적 감정을 자극한 것이었다. 반유대주의의 프레임을 통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고 전쟁과 학살을 합리화했다.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커너먼은 프레이밍을 위험이 인지된 이득과 위험이 인지된 손해를 다르게 생각하는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했다. 아모스 트버스키와 다니엘 커너먼은 프레임(frame)을 의사결정자의 어떤 특정한 선택에 따른 행동과 결과는 물론 만일의 경우까지 고려하는 이해라고 정의 했다.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이론(Frame theory)에서 프레임이란 현대인들이 정치, 사회적 의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직관적 틀을 의미한다.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서 대중의 사고의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를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프레이밍효과(구조화 효과;frame effect)문제의 표현방식에 따라 동일한 사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판단이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이 틀은 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정신적, 감정적 자극에 대처하기 위한 결정을 통하여 사고와 감정, 행동을 자기신념의 고착된 틀이 형성되는데 이 틀은 세상을 이해하는데 사용되고 사람들이 일과 관계와 사건에서 어떤 결정하는데 영향을 준다.
이 효과는 경제적으로 마케팅분야에 접목되어 사용되고 있다. 조지카렌은‘컵의 물이 반 정도 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 정도 비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컵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동일한 내용을 보고도 상황이나 이유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의사 결정은 질문이나 문제의 제시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체감도는 똑같은데도 완치율 99%보다 사망률 1%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선택해야 할 두 개의 대상 A와 B가 있을 때 어느쪽이 초기값이 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것을 초기값 효과(Default Effect)라고 한다. 초기 설정을 선택한 사람이 많다고해서 그것이 정말 사람들이 선호하여 결정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심리학자인 에릭 존슨과 댄 골드스타인은 사람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싶은가라는 설문조사를 하면서 “기증하지 않는다”를 기본선택으로 하지 않고 “기증한다”를 기본선택으로 했을 때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비율이 40%에서 80%로 증가했다고 한다. 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와 법학 교수인 캐스 선스타인은 그들의 저서 “넛지”에서 정부가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들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고도 어떻게 그들을 조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옵션을 직접 선택하도록 해놓고 시민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서 한가지 초기값을 설정해 놓는 것이다.
사람들은 초기값 효과에 빠져 선택을 바꾸지 않고 정부의 안을 채택하게끔 한다.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우한이 아닐 수 있다고 국민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鐘南山)공정원 원사의 말을 인용하여 보도하므로 혐중인식을 차단하는 프레이밍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주부터 바이러스 전염 방지용 마스크의 공적공급이 시작되었다. 마스크 두장 사려고 정해진 요일에 신분증을 지참하고 약국이나 편의점, 우체국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배급제가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다행인지 모른다. 인간의 이기심을 기반한 시장경제가 다소 문제가 있긴하지만 자율적 균형을 찾아가는 편이 훨씬 합리성을 갖고 있다. 대만은 35세에 디지털 장관이 된 해커출신이고 트랜스젠더인 오드리 탕의 마스크 실명제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 총선은 좌우의 낡아빠진 이데올로기와 네편, 내편의 진영 프레임에 갇혀서 아웅다웅하지 말고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참신한 아이디어와 패기로 풀어갈 신세대들을 과감하게 등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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