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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
  • 안산신문
  • 승인 2020.03.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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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코닉스버그

신비로운 미소를 가진 그림 속의 여인 모나리자, 이 여인은 누구일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미국의 작가 E.L 코닉스 버그는 여러 분야의 천재성을 지닌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 희대의 거장을 아주 편한 동네 아저씨 소개하듯 그녀 특유의 위트적 언어로 안내한다. 제목이 참 재미있는데 제목만 봐서는 그 내용을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15세기 밀라노의 거리, 열 살의 좀도둑 살라이는 레오나르도와 함께 걷던 그의 친구 지갑을 훔치려다 붙잡힌다. 살라이의 익살스러운 말솜씨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거짓말을 하는 맹랑한 태도에 레오나르도는 웃어버리고 만다. 이렇게 만나게 된 살라이는 레오나르도와 평생 그의 곁에서 조수처럼 혹은 제자로, 아니 그 이상으로 함께 하는데, 좀도둑에 거짓말쟁이인 이 사람이 그 유명한 모나리자가 탄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책장이 몇 장 남지 않은 부분에서 살라이는 한 사나이를 만난다. 그 남자는 금화가 담긴 지갑을 내밀며 말한다. “이 돈으로, 아……아내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여인의 표정은 두 가지였다. 너무 친숙하기도 했고 전혀 낯설기도 했다. 다음 순간 살라이는 깨달았다. 베아트리체가 살아있다면 바로 이 여인과 같은 모습이리라는 것을… 이 여인은 자신이 예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사람이었다. 이 여인은 자신을 인정함으로써 깊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갖게 된 사람이었다.(162쪽)”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꿀 줄 아는 여인, 레오나르도와 살라이의 가슴에 묻힌 이 사람은 베아트리체다. 그녀는 밀라노의 통치자 루도비코의 어린 신부였고 가무잡잡한 외모에 감추어져 있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이다. 그녀가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시가 낭송되며 즐거운 웃음과 재치 있는 대화가 넘친다. 아내의 매력을 몰라보았던 루도비코가 서서히 그녀의 숨겨져 있는 매력과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장면이 참 흥미롭다.
  루도비코가 공학이나 전쟁무기, 성벽설계에 관해 논의 하려고 레오나르도를 찾을 때마다 레오나르도는 베아트리체와 함께 예술을 토론하거나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조그맣고 가무잡잡한 이 작은 여자가 레오나르도 같은 위대한 지성의 관심을 끌다니…. 루도비코는 베아트리체의 아름다움을 먼저 알아본 레오나르도의 눈을 통해 진정 아름다운 자신의 아내를 비로소 발견한 것이다.
  이 책은 시대적 실제인물과 자료를 바탕으로 걸작 모나리자가 탄생하기까지 레오나르도의 천재적 작품세계와 르네상스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회화, 건축, 철학, 작곡, 조각, 물리학, 수학, 해부학 등 한 사람이 정말 이 많은 분야에 뛰어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레오나르도의 천재성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작가 코닉스 버그는 위대한 역작 모나리자를 이야기하며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모나리자의 모형으로 나오는 베아트리체는 결혼 초, 자신이 가꾼 내면의 아름다움이 못생긴 외모에 묻혀 남편이 알아보지 못함을 안타까워했었다.
  이 책이 특히 청소년들에게 권해지고 많이 읽히는 이유는 자신만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집중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책장이 거의 끝날 무렵 왜 책의 제목이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인지 알게 된다. 오직 자신만의 색깔로 다른 사람들을 볼 줄 아는 표정의 여인, 인내하는 법을 아는 여인, 무수한 겹으로 감싸는 여인.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순간, 살라이는 자기가 레오나르에게 이 여인의 초상화를 그리라고 설득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신비로운 걸작 ‘모나리자’를 미국의 작가 E.L코닉스 버그의 눈으로 다시 만나는 즐거움이 참 새롭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수백 년 전, 밀라노의 거리가 친숙하게 느껴진다. 또 새로운 작품을 보기 위해선 어디든 갔고 어떤 어려움도 감수했다는 피렌체 사람들을 생각한다.
외모 지상주의 열풍이 사그라질 줄 모르는 이 때,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우리 곁에 남겨 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그 걸출한 위인을 새롭게 만나보자.

최정인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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