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경/위즈덤 하우스>

숙제가 노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화 <가정 통신문 소동>은 매일 뛰어 놀고 싶고, 가족과 진심을 다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판타지를 적극 반영한 작품으로, 초등학교 3~4학년인 중학년 친구들이 읽기에 딱 좋고, 고학년 친구들이 저학년 동생들에게 읽어주면 정말 좋은 책이랍니다.
주인공들이 다니는 비둘기 초등학교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요. 그건 바로 교장선생님.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교장 선생님은 학교에서 가장 힘 있게 구성원들을 다스려야하고, 중요한 일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학교를 절대적으로 책임져야하는 사람이지요. 하지만 새 교장 선생님은 비둘기 초등학교로 발령받자마자 특이한 행동을 해요. 이른 아침부터 집게와 봉투를 들고 학교 주변과 운동장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것이었죠. 또 벌레를 잡으며 화단을 가꿨고요. 이렇게 이야기 시작에서 아이들이 꿈꾸는 첫 번째 판타지를 엿볼 수 있어요.
새 교장 선생님이 온 뒤로 주인공 학부모들은 매일 오던 가정 통신문을 한동안 받지 못한답니다. 드디어 받게 된 가정 통신문은 아이들에게는 특별했고 어른들에게는 특이했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지루한 가정 통신문이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나고 얼른 받아보고 싶은 즐거운 소식통이 돼요. 물론 어른들에게는 적응 기간이 걸렸지만 시간이 지나 오히려 어른들이 더 찾는 가정 통신문이 된 거죠. 아이들이 원하는 두 번째 판타지랍니다.
<가정 통신문 소동>은 가정 통신문을 통해 가족 간의 관계를 돌아보고 이웃과의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상이네는 조손(할아버지와 손주로만 구성된) 가정인 리지네와 놀이동산에서 도시락을 나눠먹고 리지네 할아버지는 이상이네에서 고장 난 괘종시계를 고쳐주셔요. 늘 할아버지의 눈치만 보던 리지도 환한 웃음을 보여요.
<가정 통신문 소통>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공동체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에요. 현대 사회는 각자 사는 게 바쁘다보니 옛날처럼 이웃 모두가 아이들을 돌보아주지 못해요. 남의 아이를 돌보다 혹시라도 나 때문에 아이가 다치거나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죠. 그만큼 아이가 귀하기 때문이지만 남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그래요. 옛날에는 ‘우리’라는 의미가 컸어요. 동네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먹고 슬픔과 기쁨을 같이 이야기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졌어요. 이웃끼리 인사하기조차 쉽지 않고요.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라요. 순수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와 쉽게 친해질 수 있고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존재예요.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어요. 어른들끼리도 소통할 기회가 없다보니 우리 친구들도 이웃과 정을 나누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기회가 없어지고 있어요.
아이들은 시끄럽죠? 굉장히 소란스럽고 한시도 가만히 있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에요. 어디서 어떤 장난과 말썽을 부릴지 예측이 불가능해요. 생각해 보건데 이 글을 쓰는 저도 어릴 때 엄청난 개구쟁이였답니다. <가정 통신문 소동>을 쓴 작가 선생님도 마찬가지래요. 아무튼 저뿐만 아니라 모든 어른들이 여러분과 같은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가정 통신문 소동>에서 꼬마 주인공들 이상이와 서진이의 이가 자라나요. 하얗고 예쁜 이가 자라나는 것처럼 우리 친구들이 신나게 놀면서 밝고 건강하게, 사람들과 가지런한 관계를 배우며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김아름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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