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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2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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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 <소설가>

지천명의 나이를 맞는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어느새 예순의 나이가 가까워 오고 있다. 세월이라는 기차는 한번 떠나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출발지에서 한 번도 멈추는 일없이 끊임없이 앞으로만 가는 열차. 그 시간 열차에 타기만 오로지 끝까지 가야만 내릴 수 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좋은 길인지, 나쁜 길인지 판단도 없이 간다. 
  지난 연말. 몇 개의 모임에 참석했다. 한 해를 보낸 이야기며, 새해의 계획과 희망을 이야기 했다. 친구들은 모두 갱년기 건강과 노후준비에 관해 수다를 떨었다. 또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였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해 떠드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이 나이에 대학원에서 석사논문, 박사논문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 또 정치성향이 다르다고 화내고 먼저 일어서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부자인 한 친구는 해외로 이민을 가든가 아무도 모르는 산속에서 혼자 살고 싶다고 했다. 남편과  시댁식구, 아이들이 아직도 친구를 힘들게 하는가 보다. 돈이 많아 행복한 것처럼 보여도 실은 가장 괴로운 친구다. 자원봉사나 자기교육에 투자 해보라고 해도, 빨리 시간이 흘러서 늙은이가 되고 그리고 죽고 싶다고 했다.
  가까이에서 친구의 생활을 잘 알기에 공감이 가면서도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는 친구의 심정이 안타까웠다. 속세를 벗어나 산에 들어간들 마음이 지옥인데, 번뇌가 사라질 수 있을까? 우리는 힘든 일만 생기면 죽고 싶다는 말을 곧잘 한다. 하지만 그 말은 죽을까 두려워서 하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죽어도 아깝지 않는 나이는 없다.
   얼마 전, 신문에서 세계의 오래 사는 사람들에 대한 기획기사가 있었다. 채식을 하고 긍정적인 사고, 좋은 생활습관을 하면 누구나 백수를 누릴 수 있다는 통계가 있었다. 그 통계표에 비춰 보니 나는 천재지변의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면 85세까지는 살 수 있는 좋은 습관을 가졌다.
  85세가 된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를 떠날 수 없는데, 늙어서의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적당한 때에 돌아가고 싶지만 태어난 것이 나의 의지가 아니었듯이 죽는 것 또한 나의 의지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오래만 사는 것이 능수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단테의 『신곡』은  사후의 세계를 논한 이야기다. 단테는 모든 인간이 죽은 뒤, 생명의 본질에 따른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기 쉽게 『신곡』에서 그려냈다. 아무리 인기가 많은 정치가도, 유명한 학자도 훈공을 많이 세운 장군도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엄정하게 있어야 할 곳이 결정 되었다.‘천국’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믿어 온 성직자도 차례차례 지옥에 떨어졌다. 『신곡』은  용서도 동정도 하지 않았다, 죽음을 앞에 두고서는 금생의 명성도, 재산도, 지위도, 명예도 학력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테가 묻는 것은 ‘어떻게 살았는가’뿐이었다. 단테는 『신곡』에서 사후의 세계를 보여 줌으로써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속세를 벗어나는 길은 곧 세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있으니 반드시 사람과 절교함으로써 세상에 숨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마음을 깨닫는 공부는 곧 마음을 다하는 속에 있으니 반드시 욕심을 끊음으로써 마음을 식은 재처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채근담-

 나는 늘 바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산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도 자신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는데도 세상은 불공평하다.
 글을 잘 써서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안달하던 때가 있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음의 욕심을 조금 버릴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인생.  세상 속에 있으면서 깨닫는 삶. 천국도 지옥도 바로 나의 마음속에 있으니 내가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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