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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많이 마시면 대퇴골두가 썩는다?
  • 안산신문
  • 승인 2020.03.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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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재<사랑의병원 부원장>

2차, 3차 및 폭음 등 음주에 대해서 관대하고 1인당 음주량이 높은 한국의 음주 문화는 우리나라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발병률이 서양보다 5배 이상 높은 이유다.
고관절은 골반뼈와 대퇴골을 이어주는 관절로, 마치 소켓 모양의 골반뼈 속에 둥근 대퇴골의 골두가 들어가 맞물린 관절을 말한다. 매우 견고하고 안정적인 관절이면서 관절의 운동 범위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고관절은 골반을 통해 전달되는 체중을 지탱하고, 걷고 뛰는 것과 같은 다리 운동이 가능하도록 관절 범위가 충분하게 만든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어(무혈성) 뼈 조직이 죽는(괴사) 질환으로, 괴사된 뼈에 압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괴사 부위가 골절되면서 통증이 시작되고, 이어서 괴사 부위가 무너져 내리면서(함몰) 고관절 자체의 손상이 나타난다. 환자들은 흔히 ‘뼈가 썩는 병’으로 잘못 이해하고 그대로 두면 주위 뼈까지 썩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데 뼈가 국소적으로 죽어 있을 뿐 뼈가 부패되는 것이 아니며, 주위로 퍼져 나가지도 않는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원인에 대해 정확히 규명된 것은 없으나, 고관절 골절이나 탈구 등으로 인한 외상,  과다한 음주, 부신피질 호르몬(스테로이드)의 사용, 신장 질환, 전신성 홍반성 낭창(루프스) 등과 같은 결체조직병, 신장이나 심장과 같은 장기 이식을 받은 경우, 잠수병, 통풍, 방사선 조사, 후천적 면역결핍증(AIDS), 겸상 적혈구 빈혈증이나 고셔(Gaucher)병 등이 원인으로 고려되고 있다. 대퇴골두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손상되거나 상기의 이유로 대퇴골두로 가는 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잘되지 않아 발생하는 병이다.
연령과 상관없이 걸릴 수 있는 질환이지만, 특히 잦은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30~50대 남성이 걸리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알코올이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농도를 증가시키며, 혈액이 쉽게 응고되어 혈관벽에 달라붙어 혈관을 좁게 만든다. 대퇴골두로 가는 혈관 대부분은 가는 모세 혈관으로 쉽게 막히므로, 대퇴골두의 무혈성 괴사가 쉽게 일어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희귀병으로 간주하기도 하지만 고관절 인공 관절 수술의 원인 질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대퇴골두에 혈액 공급이 차단되어 괴사가 일어나도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이후 증상이 진행되면 오래 걸었을 때 사타구니 안쪽이 뻐근하거나 엉덩이가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허리나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양반 다리를 했을 때 허벅지 안쪽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도 특징이다. 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여 괴사부에 골절이 발생하면 땅을 디딜 때 통증이 심해져서 절뚝거리게 된다. 앉거나 누워 있을 때는 훨씬 편안하다. 통증과 대퇴골두의 함몰 변형으로 고관절의 운동범위가 줄어들어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기가 힘들어지며, 대퇴골두 함몰이 심하면 다리 길이가 짧아진 것을 환자 자신이 느끼게 된다.
이런 이유로 조기진단이 중요하며 한 번 아프다 말면 괜찮지만, 뚜렷한 이유도 없이 2주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봐야 한다.
증상이 악화되면 고관절이 심하게 아파 걸을 수 없게 되고, 대퇴골두가 괴사하면 정상적으로 몸의 하중을 견딜 수 없어 절뚝거릴 수도 있다. 함몰이 진행하는 경우 병변 쪽 다리 길이가 짧아지기도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일반적인 관절염과 달리 뼈 자체가 내려앉는 질환이므로 함몰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해도 관절 표면의 연골은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골두가 함몰된 상태로 오래 두면 결국 관절염으로 진행되어 정상 보행이 어려워지고 가만히 쉬고 있어도 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치료법으로 골다공증 치료제나 고지질증 개선제 등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 그 효과의 유무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까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예방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도록 평소 과음하지 않도록 하고,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약물을 남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 부분에 이유 없는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본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일주일 3회 이하, 한 번 마실 때 소주 한 병 이하로 음주량을 줄인다. 고관절 부위 골절상 경험 후에는 1년 동안은 두 달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 장기 이식을 받았거나 면역 질환, 혈액순환계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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