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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야수-디즈니의 악당들 2
  • 안산신문
  • 승인 2020.03.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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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발렌티노>

험악한 얼굴을 가진 야수의 반쪽 얼굴이 그려진 앞표지. <저주받은 야수>는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잘 생긴 외모에 절대적인 부와 권력을 가진 왕자는 왕국에서 걷은 세금으로 사냥을 하고 술을 마시며 흥청망청 여자들을 유혹하는 생활을 한다. 그중에 키르케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는데, 왕자는 키르케가 가난한 농부의 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모욕의 말과 함께 이별을 통보한다. 그런 왕자에게 키르케는 장미꽃을 건네며, 누군가와 진정한 사랑을 주고받으며 그 징표로 키스를 나누지 못하면 평생 끔찍한 야수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 말한다. 키르케는 사실 엄청난 능력을 가진 마녀였다.
  그렇다면 왕자가 저주에 걸린 이유가 단지 고약한 마녀의 성질을 건드려서일까? 1편 <사악한 여왕>에 나왔던 세 마녀 루신다, 마사, 루비가 이 작품에도 등장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키르케는 그 세 마녀의 막내 동생으로 새롭게 등장하는데, 넷 중 유일하게 ‘착한 마녀’다. 그러니 ‘고약한 마녀의 성질을 건드려서’는 아니다. 대답을 찾기 위해 왕자가 야수로 변하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녀의 저주를 받았다지만, 왕자의 모습이 단번에 야수로 변한 건 아니었다. 왕자가 ‘진정한 사랑 없이’ 누군가를 기만하거나 상처를 줄 때마다 조금씩 서서히 진행되었다. 왕자가 저주에 걸린 이유, 그건 바로 ‘진정한 사랑’을 하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과연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사랑, 그 영원한 질문 속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왕자의 사랑관. “키르케를 사랑하는 왕자의 마음은 아름다운 성이나 최고의 종마들이 있는 마구간을 아끼는 마음과 비슷했다. 키르케는 최고의 미인이었고 왕자는 그녀의 미모가 자신과 왕국에 미칠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을 뿐,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p38)” 이처럼 왕자는 이기적이고 현실적 조건에만 충실한, 사랑이라 할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인물이었다.
  그에 반해 키르케의 사랑관을 보자. 키르케의 가난함을 확인한 왕자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자 그녀는 말한다. “그게 무슨 상관이죠? 우린 서로 사랑하는데! 사랑은 모든 걸 이기는 걸요!(p41)” 나만의 생각일까? 왕자의 사랑관도 문제가 있지만, ‘사랑은 모든 걸 이긴다’는 키르케의 이 말 또한 왠지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마치, ‘사랑한다면 이래야 한다’라는 의무만을 강요하는 듯해 갑갑함도 느껴지고.
  원작 <미녀와 야수>가 품고 있는 주제 또한 외모라는 조건을 넘어서는 진정한 사랑을 강조하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이 책 <저주받은 야수>에서 말하는 ‘진정한 사랑’이란 그런 외면적인 조건만을 극복대상으로 삼는 건 아닌 듯하다.
  이 작품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다. 원작에 없는 ‘튤립 공주’다. 그리고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벨’. 튤립 공주는 어떤 인물인가? 빼어난 미모를 가졌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는 새침하고 조용한 성격의 순종적인 여인이다. 하지만 속은 다르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억울하다. 오빠의 수업을 몰래 엿듣곤 하지만 곧 예쁜 걸음걸이나 연습하러 끌려가야 하는 처지에 한숨짓는다. 한마디로, 진정한 내적 자아를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억누르는 여인이다.
  반면 벨은 어떤가? 책 읽기를 좋아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매사에 똑 부러지는 성격이다. 그걸 행동으로 드러내는 여인이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튤립 공주와 벨을 대비시켰음을 알 수 있다. &#8203;
  그럼 왕자는 또 어떤가? 위에서 밝혔듯, 현실적 조건에 지극히 충실한 이기적인 사랑관의 소유자다. 단지, 저주를 풀기 위해 튤립 공주와 결혼하려 할 정도로. “공주가 왕자를 지극히 사랑하는 것은 분명하니 이미 반은 성공한 셈이다. 이제 왕자도 공주를 사랑한다고 마녀들을 믿게만 하면 된다. 물론 공주에게는 왕자가 사랑하는 면도 분명히 있었다. 왕자는 그녀의 미모와 새침한 성격 그리고 조용함을 사랑했다. 왕자는 자기주장이 강한 여자가 가장 싫었다. 공주가 책에 관심이 없어서 취미 생활에 대해 주절거리지 않는 점도 좋았다.(p116)” 결국, 왕자는 이 일로 인해 더 추한 몰골로 변했다. 진정한 사랑이 아닌, 이기적인 사랑으로 튤립에게 상처를 줬으므로.
  그럼 저주가 풀리는 지점은? 바로 왕자의 사랑이 튤립 공주에게서 벨에게로 옮겨가는 지점이다. 튤립 공주가 자신의 자아를 억누르면서까지 상대에게 맞추고 순종하는 여인이라면, 왕자는 자신만을 생각하며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랑을 하던 사람이었다. 이런 왕자가 자기애와 자기주장이 강한 벨이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는데, 이것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상대를 나와 같은 온전한 객체로 받아들여 존중한다는 의미다. “야수는 벨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즐거워서 정말 오랜만에 웃고 있었다. (중략) 야수는 뜻밖의 감정을 느꼈다. 야수는 저주를 풀기 위해 벨과 친해져야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느껴지는 이상한 감정. 도대체 이게 무슨 감정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야수는 벨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좋았다.(p187)” 왕자는 책 읽는 여자를 싫어했다. 많이 알면 그만큼 주절거리며 피곤하게 할 테니까. 순종적이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벨에게 책을 선물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책을 선물 받고 행복해하는 벨을 보는 게 행복했다.
  누군가를 나와 동등한 객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교류하는 것, 그 사람과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그게 ‘진정한 사랑’ 아닐까? 그때는 아마도 키르케가 말한 ‘모든 걸 이기는 사랑’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자문해 본다. 살면서 진정한 사랑을 해 봤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박청환<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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