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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여행이야기<66>이제 한번 음식 여행을 떠나볼까?
  • 안산신문
  • 승인 2020.03.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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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꼬막은 고운 펄로 구성된 갯벌에서 자란다. 그런 갯벌에서는 걸어 다니기가 힘드니 펄썰매를 타고 나가 채취를 한다. 참꼬막은 껍데기 표면이 거칠고 돌기가 크다. (전라남도 벌교)

거친 물살을 헤치고 기꺼이 태생지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우리는 귀소본능을 가지고 최초의 맛을 찾아 헤맨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 허영만의 ‘식객 1’에서 인용-
  
   이제 한번 음식 여행을 떠나볼까?

꼬막정식이 인기를 끌자 남획이 되어 지금은 자원 부족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정도다. 지속가능한 자원이 되려면 부족하더라도 제한 수만 채취하여 일정한 시기에만 판매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전라남도 벌교)

   사람들의 마음을 갈대라고 했던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호품(嗜好品)의 변화를 생각해 보면 ‘변덕’이라는 말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서점이다. 서점의 좋은 자리에 버티고 있는 책이거나 한 주제에 책들이 늘어나면 이것은 변화의 징조인 것이다. 작가들의 촉각이 일반인들을 앞서기 때문이리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여행’ 관련 책이 늘더니 이젠 음식에 관한 책들이 자리를 넓히고 있다. 아니 이미 많아졌다. 그리고 TV엔 온통 ‘먹방(먹는 방송)’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경에 여행 프로그램이 10개가 넘는다고 ‘여행’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젠 ‘먹방’이 20개는 족히 넘을 듯. 아마 ‘한국인의 밥상’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 ‘음식 여행’ 또는 ‘음식 관광’이 알게 모르게 늘고 있었으니 책에도 반영되었음이 분명하다. 본격적인 책의 시작은 만화 ‘식객(食客)’에서부터 아닐까? 2003년에 나와 6년 만에 50쇄를 찍었으니 출판 시장을 달구고도 남았다. 영화로도 제작되었었다. 그 이후 음식 또는 주방장에 관한 영화도 적지 않게 나왔다. 영화라면 ‘아메리칸 쉐프’와 ‘리틀 포레스트’가 대표다. 후자는 일본에서 먼저 나왔고, 한국에서도 같은 제명으로 나왔다. 이 영화도 인기 만화가 원작이라고 하니 특이하다. 두 영화 모두 ‘힐링’ 영화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마음을 따뜻하게 한 영화였다. ‘음식’ 사회의 새로운 주제로 등장한 것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여행에서도 먹거리가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더니 이젠 핵심 주제가 되어 음식 여행이나 와인 여행이 낯선 단어가 아닌 시대가 되었다.
   이번 글을 쓰게 된 배경에는 두 번의 여행 경험이 있다. 첫 번째 여행은 이 연재 아홉 번째 글에서 장흥을 찾은 연유와 그곳에서의 맛 여행을 적었었다. 두 번째 여행은 해양문화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데 음식과 자원에 관한 관계를 알고 싶어 순천에서부터 목포까지 해안을 따라 여행한 것이다. 두 번의 경험이 모두 오래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으나 자료를 충분히 수집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기억도 스멀스멀 사라졌다. 오로지 두근거리는 느낌에 혀끝에 자극적인 기억만이 계속 남아있다. 순천에서부터 벌교, 고흥, 장흥, 강진, 해남에서 목포까지 해안 마을 지나며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을 하였다. 음식과 그 지역의 자원 특히 조선 시대의 자원과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벌교에서는 몇 가지 추억이 있었다. 지역 어민들을 갯벌을 보호하려고 설득하러 왔다가 다투고 친해졌었다. 그 결과 벌교천 입구의 갯벌을 연안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 벌써 18녀 전의 일이다. 이후 참꼬막이 귀해지자 벌교산이 유명해지고 꼬막 정식도 생겼다. 보호한 갯벌에서 참꼬막이 많이 생산되었다. 그러자 마을 주민들은 필자가 가면 늘(세 번 정도지만) 짱뚱어 요리와 민물장어탕을 대접해 주었다. 장어는 심해로 돌아가는 길이든 그 반대든 갯벌 속에 잠입해 머물든 것이라 가장 맛이 뛰어나다고 했다. 짱뚱어에 대해서 별도의 지면에서 소개하겠다.
  다른 한 추억은 조사차 벌교를 지날 때 두어 번 들렸던 작은 식당인데 할머니 혼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기억이 맞는다면 열 명이 앉으면 가득 차는 방 하나와 작은 부엌이 있었다. 밥은 이인분 무쇠솥으로 짓고, 그날 아침 시장에서 골라온 신선한 해산물로 반찬을 곁들이니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오래된 집에서 반상에 차려진 음식은 집밥 같은 분위기지만 맛은 별미였다. 어떤 때는 집 밖에서 줄 서 기다리다가 한 상에 같이 한 사람들이 나오면 들어갔다. 반찬이 떨어지면 그것으로 식당은 끝났다. 어느 해 출장에서 일행들에게 잔뜩 소개하고 그 집을 찾았더니만 그만둔 지가 꽤 되었다는 말을 들었고, 그 자리엔 새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벌교 수산물이 맛이 있는 것은 누구나 그 이유를 안다. 벌교천이 살아있고 그 하천을 통해 민물과 바닷물이 소통되는 까닭이다. 해산물 맛집을 찾으려면 작은 하천이라도 좋으니 강 하구를 찾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강 하구를 사랑하는 필자의 지론이다.

짱뚱어는 탕이나 전골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나 훈제구이로 먹는 것도 별미다. 일본인들이 훈제를 좋아하여 예전에 훈제구이를 하여 수출하였다는 이야기를 현지에서 전해 들었다.

벌교갯벌에서 인기로 치면 단연 짱뚱어와 참꼬막이지만 굳이 하나를 더 꼽자면 맛조개다. 맛조개는 이름 그대로 맛이 뛰어나다. 조미효과도 크지만, 그냥 삶아서 살을 꺼내 초장 살짝 찍어 먹어도 그만이다. 한국인들에겐 음식원료의 본 맛도 있어야 하지만 그 생김새까지 보아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그 차원에 보자면 맛조개만 한 게 없다. 여행에서 10여 곳의 식당을 다녔지만, 이전에 다녔던 곳까지 소개하자면 20곳이 넘는다. 그러니 남도 음식 여행을 해설하자면 책 한 권이 필요하다. 조선 시대 지리서 ‘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지역 특산 자원과 현재 삭당에서 요리로 파는 전래 음식을 비교해 보니 아직 잘 일치하고 있었으나 해안 개발이 많았던 곳에서는 그런 음식마저 찾을 길이 없었다. 자원이 사라지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소중한 문화도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음식 여행을 통해서다.
  음식 여행 또는 음식 관광(food tourism)을 세계식품 여행협회 전무인 에릭 울프(Erik Wolf)는 “장소 대한 감각을 얻기 위해 장소의 맛을 찾아 여행하는 행위이다.”라 하였다. 그리고 세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그의 글에 남겼다. 즉, ‘음식 관광에서는 지역 요리 문화와 관습에 대해 배운다. 여행자는 스토리 텔링과 역사를 좋아한다.’, ‘음식 관광에서 여행자는 탐험가다. 여행자는 진정한 음식과 음료 경험을 찾기 위해 가까이 그리고 멀리 여행한다.’ 그리고 ‘음식 관광에서 여행자는 새로운 맛, 질감, 문화 및 유산을 발견하고 마음을 연다.’다. 또 그는 2012년 이후 음식 관광은 ‘소셜 미디어 및 TV 쇼의 도움과 노출로 주류 관광을 따라잡기 시작했고, 음식은 여행자들이 목적지를 선택하는 주요 동기가 되었다.’라고도 전했다.
  여행지가 음식의 맛으로 선택되고, 그 맛이 여행지의 추억과 이미지로 남는 것이 이 시대 여행이다. 더군다나 인스타그램 세대가 좋아하는 전사시대 아닌가? 오늘 점심을 어느 식당으로 여행하는지 궁금하다. 도시 내에서 작은 음식 여행을 할 수 있다. 필자는 오늘 점심으로 낙지 수제비를 먹으러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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