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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성(性)
  • 안산신문
  • 승인 2020.04.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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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 <소설가>

사방에 봄이 오고 꽃소식이 가득하다. 그러나 화창한 봄날과는 달리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역병에 맞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외출과 사람만나는 일을 자제하고 있다. 모든 모임을 취소하고 재택근무를 택했다. 작년에 미리 예약한 제주도 문학기행도 취소했다. 그러나 마음은 남도 마을 꽃 잔치에 가있다. 축제야 다 취소되었지만 그 자리에 꽃은 피어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떠나고 싶은 마음은 더 간절하다. 어서 이 사회적 재앙이 물러가기를 기도하며 내 할일을 할 뿐이다.

 몇 년 전 뉴질랜드 여행에서 친구와 나는 마운트 쿡을 바라보는 빙하호수 옆에 있는 작은 미술관을 방문했다. 작고 예쁜 미술관에 전시한 그림도 좋았고 그림의 액자가 특이해서 열심히 보았다. 그림 감상을 하고 뒷마당의 정원이 왁자하여 나갔더니,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신혼부부와 2~30명의 하객이 작은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사진가인 친구는 마치 자기가 결혼식 사진사마냥 연신 사진을 찍으면서 하객들과 대화를 했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 결혼식을 구경했다.
 조금 보다보니 이상한 점이 보였다. 신랑신부의 모습이었다. 신부는 드레스를 입었는데, 신랑의 옷은 검정 예복처럼 보이긴 하나 남성용이 아니었고, 머리도 펑키 스타일로 여자도 남자도 아닌 듯 곱고 표정이 연극적인 데가 있었다. 결혼식에 양가 어른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전부 신랑신부 친구 또래였다. 영화를 찍는 건가? 아니면 원주민의 결혼식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영화 찍는 건가? 하고 물었다. 친구는 이 장면이 영화로 보이냐고 했다. 영화로 보기엔 카메라가 너무 없었다. 친구의 카메라가 더 현장에 어울릴 만큼. 친구는 웃으며 “동성 간 결혼식“이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괴이하게 느꼈던 의문이 풀리고 충격에 정신이 아찔했다. 오해는 풀렸지만 이 아름다운 장소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결혼식 장면을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못 볼 광경을 본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을까? 우리는 남은 여행 내내 과연 내 자녀가 동성과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로 고민했다. 삶의 방식은 너무나도 다양한데, 우리는 너무 좁은 테두리에 가둬 두고 결정짓는 건 아닌지.

 트랜스젠더는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말한다.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자신이 반대 성의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즉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으로 느끼는 성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동성애자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동성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회에서는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 같은 게이(남성 동성애자), 남자 같은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을 트랜스젠더라고 하기도 하고 동성애자의 극단적인 모습이 트랜스젠더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2001년 탤런트 하리수는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20여 년 동안 우리 사회의 인식은 그다지 나아지지 못했다. 우리가 인정하기 싫어서 외면한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도 그 실태를 보여주었는데, 종교적 이유로 생태계를 거스른다고 반대하자는 서명도 받고 있었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고 없는 것도 아니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트랜스젠더도 동성애자도 우리사회의 일원이고 건강한 시민이다. 나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되지만 분명한 건 사회적 흐름이고 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다. 사회적 편견은 나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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