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안산제일복지재단 수석이사>

봄의 경치를 구경하고 즐기는 것을 상춘이라고 한다. 순수하게 우리말로 봄나들이다. 아파트 정원에 심겨진 목련은 이미 환하게 만개하였다. 소나무 아래 심겨진 진달래의 분홍색이 짙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아예 모든 걸 멈추게 했다. 작은 기대는 안산의 사동의 해안로 양쪽을 가득메운 벚꽃 터널을 거닐 기회라도 있음 좋겠다. 대학은 비대면 강의로 캠퍼스는 텅텅비었는데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확진자가 다녀간 동네는 주말에도 썰렁하다. 봄나들이로 활력이 넘치던 공원에 사람보기가 힘들다. 사람이 움직일 때 돈이 흐른다. 사람의 이동이 멈추면 돈도 멈춘다. 경제가 호황일 때 고속도로에 줄을 선 화물차 행렬을 볼 수 있다. 지방경제를 살리려고 관광지를 개발하고 볼거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유인한다. 몸이되면 지방마다 나름대로 특색을 가진 꽃축제들을 연다. 태안의 튤립축제, 일산의 꽃축제, 철축축제, 진주벚꽃축제 등이다. 축제는 말그대로 복을 기리는 제사이다. 지금은 제사의 의미보다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는 것이다. 그냥 즐기는 경우는 없다. 사람이 모이면 먹고, 자고, 사고, 파는 행위와 더불어 돈이 오간다. 인간의 경제활동은 자신의 이기를 충족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유익을 준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이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아프리카 챠드의 무스타포 달렙이라는 문인이 쓴 글이 공감을 준다. 그대로 옮겨보려고 한다.
아무것도 아닌 “그 하찮은 것”에 의해 흔들리는 인류. 그리고 무너지는 사회....
코로나 바이러스라 불리우는 작은 미생물이 지구를 뒤집고 있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인가가 나타나서는 자신이 법칙을 고집한다. 그것은 모든 것에 새로운 의문을 던지고 이미 안착된 규칙들을 다시 재배치한다. 다르게.. 새롭게.. 서방의 강국들이 시리아, 리비아, 예멘에서 얻어내지 못한(휴전,전투중지) 것들을 이 조그만 미생물은 해내었다. 알제리군대가 못막아내던 리프지역 시위에 종지부를 찍게 만들었다. 기업들이 못해내던 일도 해냈다. 세금 낮추기 혹은 면제, 무이자, 투자기금 끌어오기, 전략적 원료가격 낯추기 등..., 시위대와 조합들이 못얻어 낸 유류가격 낮추기, 사회보장강화 등등도 이 작은 미생물은 해내었다. 순식간에 우리는 매연, 공기오염이 줄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시간이 갑자기 생겨 뭘할지 모르는 정도가 되었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고, 이이들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으며 일은 더 이상 삶에서 우선이 아니고, 여행, 여가도 성공한 삶의 척도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는 곧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으며 ‘약함’과 ‘연대성’이란 단어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가난하거나 부자거나 모두 한 배에 타고 있음을... 시장의 모든 물건들을 맘껏 살 수도 없으며, 병원은 만원으로 들어차 있고 더 이상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는 우린 모두 똑같이 언약한 존재일뿐이라는 것도.. 외출할 수 없는 주인들 때문에 차고안에서 최고급차들이 잠자고 있으며 그런식으로 단 며칠만으로 세상에는 사회적 평등(이전에는 불가능해 보였던)이 이루어졌다. 공포가 모든 사람을 사로잡았다. 가난한 이들에게서부터 부유하고 힘있는 이들에게로.. 공포는 자기자리를 옮겼다. 우리에게 인류임을 자각시키고 우리의 휴머니즘을 일깨우며.. 화성에 가서 살고 복제인간을 만들고 영원히 살기를 바라던 우리 인류에게 그 한계를 깨닫게 해주었다. 하늘의 힘에 맏대으려했던 인간의 지식 또한 덧없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단 며칠이면 충분했다. 확신이 불확실로.. 힘이 연약함으로, 권력이 연대감과 협조로 변하는 데에는.. 아프리카가 코로나에 안전한 대륙이 되는 것, 많은 꿈들이 거짓말들로 변하는 데에는 단 며칠이면 충분했다. 인간은ㄴ 그저 숨 하나, 먼지일뿐임을 깨닫는 것도...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던 인간의 욕망과 교만으로 흩어졌던 인류에게 다시 깨달음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믿는다.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한계가 겨우 이정도에 불과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이나 유럽의 군수공장들과 자동차공장들이 마스크와 세정제를 만들고 의료기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분쟁을 멈추고 갈등을 멈추며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기회가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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