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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여행이야기<69>우리 도시 내에서 골목 여행을 떠나볼까?
  • 안산신문
  • 승인 2020.04.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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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한옥 마을 골목에는 과거 음식점들이 많았다. 이곳에서는 도시 생활에서 쌓인 사연들을 나누고 새로운 인연을 쌓아가는 자리였으니 얼마나 이야깃거리가 많았을까?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은 도시의 맨얼굴이며 도시의 정체성이며 삶의 여유를 주는 공간이다. 골목에는 달팽이 속도처럼 느리기 그지없는 시간이 시루떡처럼 쌓여 있고, 무수한 집과 흉터 같은 삶의 웅숭깊은 사연이 오롯이 담겨 있다. - 임형남·노은주의 ‘골목 인문학’ 소개에서 인용-
  
   우리 도시 내에서 골목 여행을 떠나볼까?

최근에 단장되는 골목길은 미적 점을 고려하고 식당들도 있지만, 카페나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이 들어선다. 이때는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배경이 되어야 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어느 도시나 뒷골목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나 도시계획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의 골목은 많고 미로처럼 얽혀있다. 필자는 영등포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기억나는 골목 중에 두 개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길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에스자형 길인데 대낮에도 약간 어두워 빨리 지나가야 했다. 어느 쪽에서 들어가 나오든 간에 마치 환한 다른 세상으로 ‘뿅’하고 나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 조금 넓은 골목에서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간단한 깔판을 가지고 나와 나물을 다듬기도 하고 빨래를 정리하기도 하는 기억 새록새록 난다. 이런 곳에서는 집 문을 열면 바로 골목이고, 골목을 지나가며 집안을 다 들여다볼 수도 있었다. 아파트가 대세인 요즈음에 동네 아이들이 하는 놀이와 그 당시의 놀이가 다른 이유도 이 골목의 존재 때문이고 이웃사촌과 동네다운 동네가 형성되었던 것도 다 골목이 있어서였다. 옆집의 상황을 잘 알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래서 기쁨과 슬픔을 더 나아가 고난을 함께 나누어져야 하는 삶의 공동체도 골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쩌면 골목은 도시에서는 실핏줄 같은 같다. 도로를 너비에 따라 이어가면 가늘고 긴 그러나 정형화되지 않은 체 막다른 곳까지 이어진 길. 바로 골목이다. 아마 우리 몸의 혈관이나 큰 나무의 가지를 생각하면 도시의 길과 골목의 형태가 상상될 것이다.
   그래서 골목에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삶의 현장이기도 하고 추억의 보고이기도 하다. 앞에서 소개한 ‘골목 인문학: 그 골목이 품고 있는 삶의 온도’에서 부부 저자는 “대부분 사람이 골목에서 나고 그곳에서 자라며 그곳에서 생활했다. 그래서 골목은 우리의 기억이며 추억이기도 하지만 어두운 과거이기도 하다. 그 골목에는 굽이진 인생길처럼 사람들의 애환과 삶의 어떤 신산함이 아로새겨져 있다.”라고 하였다. 물론 도시가 현대화되고, 길이 확대되고 직선화되는 개발이 있기 전까지의 과거 이야기다. 50대 이상인 사람들이 도시이든 시골이든 골목에 대한 기억들을 가득 가지고 있을 테다.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골목이라는 주제가 골목상권의 상실에서부터 이젠 TV 프로그램(드라마 포함)의 소재에까지 등장하고 먹거리 이야기와 관광 주제가 확장된 것은 약 5∼6년 전 일이다. 골목 여행을 소개한 책들도 수십 권이나 된다. 신문기사와 블로그 내용에도 소개란이 넘쳐난다. 이젠 여행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될 정도다.
   사실 골목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라 생각된다. 고향이 아니더라도 왠지 따뜻한 정이 느껴지고, 그곳에 가면 함께한 사람과도 더 가까워질 것처럼 느껴져서다.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는 골목에 시장이 서기도 하고 상점들이 많았으며, 작은 책방이나 레코드점 등이 있어 도시에서 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소임도 짊어지고 있었다. 서울 인사동이나 무교동, 부산 남포동 등 도시의 뒷골목이 예저에도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사동에서도 골동품 가게나 갤러리가 있는 대로변에서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서면 수많은 음식점과 술집들이 있는데 대개 정취가 있고, 집집이 단골도 많다. 한옥 골방에 앉아 전 등과 막걸리 한잔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그 느낌을 안다. 이 골목들의 역사는 어쩌면 100년을 넘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골목이 여행으로 가는 곳은 아니었지만 1980년대 이후가 되자 여행지로도 주목을 받았지만, 그냥 인사동이나 삼청동이었을 뿐이었다. 골목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다. 제법 오래된 도시에는 골목이 없는 동네가 없었고, 골목 초입에는 작은 구멍가게나 대폿집 하나쯤은 있었다. 온갖 사연들이 수북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과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이 각각 2007년과 2010년에 지역재생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부각이 되어 전국 여행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재개발 사업도 자연스럽게 재생사업으로 전환되었다. 두 마을에 좁고 가파른 골목이 없었더라면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좁지만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골목이면 그 어떠한 곳 못지않게 여행객의 흥미를 북돋을 수 있다. 대개 이런 곳에는 작은 카페나 갤러리가 있게 마련이다. (프랑스 니스)

그즈음 대구는 가장 오래된 시가지인 중구에서 ‘골목 투어’를 시작하여 본격적인 골목 여행 시대를 열었다. 근대골목 투어는 2008년 단 287명의 여행객으로 출발하였던 것이 2015년에 100만 명을 그리고 2017년에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2019년까지 3년 연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관광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대구를 관광도시로 만드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하였다고 한다. 201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4년 연속 한국관광 100선에 올랐다. 이 투어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프로그램이 있고 우리가 잘 아는 ‘김광석 길’도 있다. 최근엔 전국 골목들에 작은 가게나 카페 등이 들어서면 인기를 끌었고 서울 이태원 주변의 ‘경리단길’이 그 주역 중의 하나였다. 여러 다른 도시에서도 ‘∼단길’이 유행이 될 정도다. 따지고 보면 골목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외국 주요 관광지에도 걸어 다닐 수 있는 골목길이 도시여행의 주 현장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골목 여행의 등장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요즈음처럼 여러 명이 다른 지방으로 떠나기가 조심스러운 시기에는 자신들이 사는 도시의 골목길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신흥 도시라 하더라도 운치가 있는 골목길 몇 개는 있게 마련이니까. 골목으로 떠날 때는 작은 물병 하나와 걷기 편한 신발만 있으면 된다. 누가 아는가? 그러다가 골목 여행 전문가나 사업가가 될 수도 있다. 골목 여행에서도 생태관광을 접목할 수도 있다. ‘자연과 문화를 매개로 하며 그 자원 보전에 도움을 주는 관광’으로 생태관광의 정의가 점차 넓어지고 있으며, 골목에서도 소소한 자연이나 잘 모르던 작은 도시숲을 만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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