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안산제일복지재단 수석이사>

4차산업혁명과 밀레니얼 시대의 화두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하버드대학의 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1952~2020)이 1997년에 혁신기업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를 쓰면서 이 개념을 소개했다. 파괴적 혁신의 의미는 저렴한 비용으로 시장을 침투하는 로엔드형(저가격형)과 틈새시장(닛치마켓)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파괴적 혁신기업의 등장은 전통적인 산업과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존의 일류기업도 위협을 받고 있다. 온라인 플렛폼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인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는 월마트나 타킷을 위협하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의 속성인 소유와 자원소모, 이윤창출, 경쟁, 과잉소비의 개념이 파괴된 플렛폼 공유경제는 공유, 자원절약, 가치창출, 협력적 소비등을 특징으로 전통산업의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우버나 리프트는 택시산업과 에이엔비 등의 호텔의 공유숙박도 산업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오프라인 마켓은 IT기술과 접목된 이커머스(e-Commerce)시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 변화의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새로운 것이 보편적(new is normal)시대, 호모루덴스(homo ludens)의 감성을 자극하는 노우필(know feel)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는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기업과 사람이 세상을 리드하게 된다.
  혁신이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이다. 그는 자본주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으로 포드에 의한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적 진화로 인한 사회 동요는 경제변화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자본주의가 살아남는 길은 당연시 하는 산업기술을 새로운 기술로의 지속적 변화가 절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이야기했다. 창조적 파괴의 혁신은 자본주의뿐만아니라 궁극적으로 전반적인 물질문명의 진보를 추진하는 동력이라는 것이다. 파괴는 비록 쓰라리지만, 더 나은 물질적 풍요의 삶을 위한 창조적 진보의 대가라고 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중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을 주장하지 않았다. 다만 올바른 순서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창조적 혁신이 먼저이고 그 다음 그 길에 놓여 있는 장애물의 파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윈스턴 처칠은 ‘자본주의의 결함은 모두가 축복을 골고루 나누어 가질 수 없는데 있고, 사회주의의 결함은 모두가 빈곤을 고루 나누어 갖는데 있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 관점에서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창조적 파괴라는 시각을 이해할 수 있다.
  슘페터 보다 더 일찍 파괴적 혁신을 외친 분은 예수 그리스도였다. 정치적으로는 로마의 식민지이면서 종교적으로는 야웨신앙의 본질인 정의와 믿음과 사랑을 상실하고 위선으로 가득차 있던 유대교 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을 향해 예루살렘 성전을 허물라(destroy)내가 사흘 후에 다시 일으키리라고 했다. 하나님의 나라는 신을 성전의 틀안에 가두어버린 전통 유대교의 파괴로부터 시작되었다.      
  포스트 코로나19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상호교류가 중단되면서 소비패턴이 급속하게 바뀌었다. 사실 홈쇼핑과 온라인쇼핑, 주문배달 사업, 온라인 교구재사업 등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기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행동은 이전으로 회복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경제의 법칙 가운데 벼룩효과(flea effect)가 있다. 익숙해져서 버릇처럼 굳어진 사고와 행동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유리병속에 갇힌 벼룩이 탈출을 시도하기 위해 몇 번이고 뛰어오르지만 병두껑에 부딪혀서 나오지 못하면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탈출을 포기하게 된다. 병두껑을 열어두어도 벼룩은 갇혀있게 된다는 이론이다. 사람은 쉽사리 고정관념을 깨지 못한다. 스스로가 만든 사고의 틀 안에 자신을 가두게 된다.  병아리가 껍데기를 깨고 나오듯 파괴적 혁신은 비단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나 종교, 사회조직의 패러다임변화가 요구된다. 전통적인 방식이나 패턴에 집착하다보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는 발상을 하지 못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환경에 적응하고 다루는 역량(competency)이 미치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이데올르기라는 관념의 틀을 깨야 한다. 제한된 장소의 틀을 깨야 한다(location less significant). 수평적신뢰의 협력(Horizontal trust collaboration)이 틀을 깰수 있다. 정치적 기술, 사회적 기술 역량을 키워야 한다(High skill talent). 보다 유연한(Flexible)사고와 감정, 행동이 필요하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에 민감하고 집중해야한다(Knowledge intens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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