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다치바나 다카시>

이 책은 일본의 릿쿄대학에서 2008년 시작한 시니어 세대를 위한 독특한 교육 과정인 ‘릿교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이 개설한 강좌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의 내용을 정리한 기록이다, 이 교육 과정을 만든 발상은 당시 일본의 일반 회사 퇴직 연령이 60세로, 일본인 평균수명 남성 79세, 여성 86세에 비해 지나치게 빠르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오히려 60세를 인생의 중간 지점 정도로 생각하고 이제부터 인생의 세컨드 스테이지가 시작되는 재출발 지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우리 사회의 인구학적 변화를 고려해 노동 가동연한을 현행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우리나라도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4.8%를 넘었고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도 일본과 같은 추세를 닮아 가고 있어 60세 이후 인생에 대하여 좀 더 적극적으로 의미를 찾고 나름대로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일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저자인 일본의 유명한 지식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기 자신의 인생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우선 자기 역사를 써보라 한다. “자신의 인생을 구성하는 일련의 사상의흐름을 구체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나 자신의 인생은 무엇이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 역사를 쓴다는 의미는 개개인에게는 개인적인 의미의 문제로 끝나겠지만, 그와 동시에 집합체로서 동시대의 민족사 자체가 되기도 한다. 이 사실을 깨달고 다시 보면 개인적 의미와는 별도로 각자가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개인을 넘어서는 의미까지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자기 역사를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즉 자신의 존재 확인을 위해서이다. 다음으로는 가족 혹은 자손을 위해서이다. 가족(자손)에게 진정 자신이 어떠한 인물이었는지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자기 자신이라는 인간을 가족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키고자 한다면, 자기 역사를 쓰는 방식으로 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명 인사나 성공한 사람만이 자기역사를 쓰는 것이 아니란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환갑이란 나이는 자기 역사를 쓰는 적령기라고 말하며, “이 책은 이러한 연령대에 들어선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 책”이라고 한다. 가슴에 와 닿는다.
  책의 구성은 먼저 머리말로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에 대하여, 1장-자기 역사란 무엇인가, 2장-자기 역사 연표 만들기, 3장-무엇을 쓸 것인가 순으로 되어 있다. 각 장에서는 글을 길게 쓸 수 있는 가장 큰 비결, 머리말과 후기 쓰는 방법, 자기 역사 연표 만들기, 글 첫머리를 쓰는 방법, 세대를 반영한 자기 역사의 좋은 예, 가족과 연애에 대해 쓰는 방법, 인관관계 클러스터 맵, 결말을 쓰는 방법 등에 관하여 수많은 사례와 구체적인 예시, 도표 등을 담고 있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 누구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고 참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각 주제마다 소개되고 있는 수강생들의 자기역사 내용들은 당시 일본 단카이 세대와 비슷한 사회적 환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에게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책을 읽는 감흥과 함께 글쓰기 의욕을 불어넣어줄 것이라 생각된다.
  애니메이션 <코코>에서 보듯이, 사람은 두 번 죽는다는 말이 있다. 첫 번째 죽음은 생물학적인 죽음이고, 두 번째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때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마저도 소멸해버리는 죽음이라고 한다. 이제 독자들도 연령에 관계없이 자기역사 쓰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봄과 동시에 가족들에게 자신이 어떠한 인간이었는지 알리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가족의 일원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사람으로 남길 기대해 본다.

임기성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안산신문 ansansm.co.kr

트윗하기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