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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왕의 꿈
  • 안산신문
  • 승인 2020.05.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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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스시/다락원>

늑대는 수컷과 암컷 둘이 살다가 겨울이 되면 무리를 이룬다. 암컷이 새끼를 낳으면 수컷이 양육을 돕는데, 강한 모성애와 부성애를 지녔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부모가 되는 행복하고 신비로운 마음, 자식을 잘 보호하고 좋은 부모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죽은 남편이 이루지 못한 늑대왕의 꿈을, 새끼들을 통해 이루고 싶어 하는 어미늑대 쯔란과 새끼들의 이야기다. 동물을 의인화하여 쓴 책이라 그런지 쉽게 읽히고 재미와 감동이 있다.
  새끼를 강하게 키워 왕을 만들고자 하는 쯔란은 정성과 희생으로 새끼들에게서 독립적이고 탐욕스러운 늑대의 본성을 끌어내려 노력한다. 애교나 온순한 태도를 보이면 단호하다. 새끼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원망스럽다. 그리고 사랑이 그립다. 하지만 토끼를 잡거나 경쟁에서 이겼을 때, 또 왕에게 굴복하지 않을 때 스스로의 용감한 모습에 만족한다. 그러다 죽음을 각오한 싸움에서는 두려운 마음이 든다. 이런 모험, 열망, 갈등하는 모습이 우리 아이들의 성장통에서 오는 복잡함으로 전해진다.
  “젖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동시에 네 마리의 배를 채울 수 없다 그렇다고 다 똑같이 나눠주면 모두 그저 그런 보통의 늑대로 자랄 것이다.” (69쪽)
  “늑대는 함부로 눈물을 흘려서는 안 돼. 오직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개만이 걸핏하면 울어서 자신의 고통을 덜려 하지” (105쪽)
  왕이 될 자격이 있는 자식만을 편애하는 쯔란에게서 멀어지는 새끼들이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용감했던 헤이짜이는 위험한 동굴 밖 사냥을 하다 검독수리에, 도전적인 란후얼은 인간의 덫에, 열등감을 극복한 상마오는 늑대왕과의 싸움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물에 비친 암컷 늑대는 표정이 어둡고 눈썹 사이에도 어두운 구름이 잔뜩 껴 있었다. 입가에는 주름살이 잡히고, 란후얼을 구할 때 철제 덫을 깨물다 앞니 몇 개가 부러지는 바람에 온전치 못한 입술과 잇몸 사이로 침이 흘러나와 있었다. 부러진 앞다리 하나는 가슴 앞에 동동 매달려 있고 왼쪽 어깨는 비뚤어졌다. 어찌 이리 못난 모습일까.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나란 말인가? 예전의 나는 아름답고 늘씬했는데” (213~214쪽)
  자신의 욕망 때문에 새끼들을 죽음에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상처와 더 이룰 수 없는 짓밟힌 목표는 지난 삶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럽고, 또 무거운 책임감이었는지 고스란히 전해져 애잔한 마음이 든다.
  저자 선스시가 청소년 시절부터 윈난 국경지대의 한 농촌 마을에서 지내며 18년 동안 경험하고 관찰한 야생동물의 삶이 책 속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운명 같은 생존에서 자식을 지키려 하는 어미의 강한 모성애와 예민한 어린 새끼들의 도전적 성장과정 속 교차되는 감정들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꿈을 향해가는 모험적 경험을 두려워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잘 키우겠다는 애착보다는 지켜봐주는 부모역할을 해주기 바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운전하다 보면, 앞차 유리에 ‘위급 시 아이를 먼저 구해주세요’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아이만은 살아남길 바라는 부모의 아가페적 사랑일 것이다. 자연과 동물의 생태를 알아가는 지식 전달을 통해 혼란스러운 과정들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는 자식의 모습과 그들을 헌신적 사랑으로 지켜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따뜻한 감동으로 느껴지는 책이다. 인간인 우리도 부모가 처음이기에 불완전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단단한 갑옷을 만들어 입히려 하는지도.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를 통해 보상받길 바라는 욕망과 그 길만이 안전하다고 말하며 아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초등고학년 대상 소설이지만 자식에 대한 순수하고 소중한 마음을 잃어가는 부모들에게 더 필요한 책인 것 같다.

김향수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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