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안산제일복지재단 수석이사>

한국행정연구원에서 2018년에 조사한 사회통합실태자료를 보면 우리 국민의 87%가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갈등을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빈부의 갈등, 노사갈등 보다도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통합의 주체로서 정부의 역할에 62%가 기대하고 있으며 그 다음이 국회이다. 이는 정치권이 흩어져 있는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임을 시사하고 있다. 남북 화합과 통일도 중요한 과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의 대통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기회비용은 무려 246조로 추산된다고 한다. 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지면 우리나라 경제는 엄청난 역동성을 가질 수 있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그렇게 비용이 들지 않는다. 넛지가 필요할 뿐이다.
  바람과 햇님이라는 이솝의 우화가 있다. 길을 지나던 사람의 겉옷을 벗기는 내기였다. 바람은 폭풍으로 옷을 벗기려 했지만 오히려 벗지않으려고 움추렸다. 햇님이 쏟아부은 따뜻한 햇빛에는 더워서 옷을 벗을 수 밖에 없었다. 대립과 규제, 강제보다는 부드러움을 통하여 스스로 옷을 벗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을 줄 수 있다. 이를 늘 각을 세우고 대립하던 남북관계에 적용한 김대중대통령은 대북 유화정책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포용의 햇빛정책을 실천했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원전지원, 컴퓨터 기술지원, 종교, 문화, 체육의 민간교류 등으로 북한주민의 자연스러운 외부접촉은 조금씩이나마 문을 열기 시작했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가인 캐스 선스타인은 공동으로 넛지(Nudge: Improving Decisions about Health, Wealth, and Happiness)라는 책을 내었다. 넛지효과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팔꿈치로 가볍게 밀쳐 주의를 끌다’‘~하도록 가볍게 하다’‘표나지 않게 영향을 미치다’라는 의미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부드러운 개입을 말한다. 넛지이론(Nudge theory)은 강요하지 않고도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영향을 미치는 존재를‘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s)’곧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넛지는 명령이 아니고 과일을 눈 높이 진열하는 것과 같다. 넛지이론은 경영, 정치이론 그리고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개념이다. 조직과 개인의 동기부여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강제하지 않고 순응이나 순종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 긍정적인 강화와 간접적인 제안을 제시하는 개념이다.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금지나 규제를 하지 않고 기대하는 대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만 있다면 최선이 아니겠는가? 스키너의 행동주의 강화이론에서 바람직한 행위의 빈도를 증가시키기 위하여 보상이나 칭찬 등의 긍정적 강화와 비슷한 의미지만 개인이 강화 받는 것을 의식하지 않게 하면서 동기를 유인하는 것이 넛지이다.
  가장 좋은 사례가 있다. 네델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남자 화장실 소변기 중앙에 파리모양을 그려 놓았더니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거기에 맞추려고 할 때 소변이 튀지않게 되었고 지금은 거의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었다. 정부의 정책를 시행할 때에도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국민들 스스로가 심리적 갈등과 부담을 느끼지 않고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부정적인 비판 받을 이유가 전혀없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매우 정확한 계산을 하는 존재로서 호모이코노미쿠스(Homo economocus)를 전제로 한다. 인간의 이기적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을 주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시장에서 가격은 일물일가(一物一價)원칙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공급과 수요의 원칙이 균형가격을 형성한다고 하지만 시장에서의 가격은 비합리적으로 오르기도 하고 내린다. 결국 균형을 잡기 위해서 정부가 개입하게 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법으로 강제하거나 벌칙을 강화해서 바람직한 결과를 얻으려고 할 때 저항에 부딪히게 되고 원성을 듣게 된다. 이럴 때 넛지를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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