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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 안산신문
  • 승인 2020.06.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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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엄마에게 딸이란 특별한 존재이다.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애증의 관계이기도 하다. 너무 친밀하여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엄마인 ‘나’가 1인칭 시점으로 써 내려간 소설이다. 여기서 ‘나’는 남들에게 자신의 딸에 대해 떳떳하게 말하지 못한다. 딸의 전화까지 짜증스럽게 바라본다. 무슨 사연일까? 궁금증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할 무렵 나온 단어는 ‘레즈비언’이다.
  딸 가진 평범한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딸이 잘 성장하여 결혼 잘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그런데 레즈비언이라니! 그녀는 딸을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다. ‘나’는 절대로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내 뱉는 순간 인정하는 것 같아서 내뱉을 수가 없다.
  화자인 ‘나’는 남편과 사별 후 겨우 집 한 채 있으며 생계를 위해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젠’이라는 치매할머니를 전담하여 돌본다. ‘젠’은  유명한 사회사업가이기 때문에 요양원 측에서 특별히 배려한 것이다. ‘젠’은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다. 그녀는 국내외 여러 아동을 후원했으며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전 재산을 기부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태가 점점 나빠져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제 ‘젠’은 누구하나 찾아오지 않는 그저 외로운 치매노인일 뿐이다.
  이러한 젠을 돌보며 그녀는 생각한다. 지금의 이 사회에서 피붙이 하나 없이, 돈도 없이 늙어가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에 대해... 그녀의 이러한 상황은 딸에 대해 더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딸은 비정규직 대학 강사이다.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돈도 없고 비정규직인 딸의 미래가 엄마로서 너무나 불안하다. 왜 나의 딸은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지 않는가? 딸이 그저 결혼해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 바램 일 뿐인데....딸에게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킨 게 아닐까 후회도 해 본다. 이러한 정답 없는 물음은  그녀를 더욱 답답하고 괴롭게 한다.
  여기에는 우리사회의  갈등의 요소가 다 들어가 있다. 남편과 사별 후에 경제적 문제에 내몰린 중년여성이다. 그녀가 과연 무엇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 나갈 것인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취약계층이지만 집이 있고 멀쩡한 자식도 있는 그녀는 사회적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비정규직인 딸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고학력이지만  취업할 만한 자리는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따리장수로 수입이 불안정하다. 그녀 역시 사회적인 도움을 받을 기회는 적다. 거기다가 성수자인 딸과 그녀의 파트너는 집을 구하기도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집은 남녀가 만나 국가와 사회가 인정하는 정상적인 가정을 이룰 때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경제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딸은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들어온다. 그들의 불편한 동거는 그녀를 더욱 숨 막히게 한다. 이 동거생활을 통해  과연 엄마는 딸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더욱 더 깊은 갈등으로 내몰릴 것인가? 딸과 딸의 파트너를 바라보며 느끼는 엄마의 심리적 갈등과 동요는 평범한 엄마들이 느끼는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
 또한 딸은 행동하는 지성인이다. 그저 조용하게 살고 싶은 ‘나’는 딸의 행동이 몹시도 못마땅하다. 이웃의 폭력남편에게 소리도 치고 경찰에 신고도 한다. 동료가 성소수자인 이유로 부당해고 당하자 같이 시위하다가 다치기도 한다. 불의를 보고도 나에게 큰 피해가 없다면 적당히 모른 척 살아온 그녀는 그것이  일반적인 삶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딸은 일반적인 그녀와 생각과 다르다. ‘나’와 딸 사이에 생각의 차이는 좁혀질 수 있을까? 아니 ‘나’ 생각의 차이조차 좁히고 싶지가 않다. 평범하지 않은 딸의 모든 것이 싫다.
  사실 이 책은 소설이 갖는 어떤 드라마틱한 사건도 없다. 일반적인 퀴어 소설과도 다르다. 성소수자의 편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담아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의 입장 특히 레즈비언 딸을 가진 엄마의 복잡한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느껴진다.
  딸에 대해 엄마가 써내려가는 이 소설은 우리에게 커다란 고민과 질문을 안겨준다. 쉽게 답을 내지는 못하겠지만 한발 한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과 함께 말이다.

전인숙 (안산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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