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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國格)을 다시 성찰해야 할 때
  • 안산신문
  • 승인 2020.06.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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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6월 들어 국격이란 말을 자주 생각한다. 사람에겐 인격이 있듯 나라에도 품격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국격(國格)이라 한다. 국격과 비슷한 말로 예전엔 국위(國威)란 말을 많이 사용했다. 국위선양(國威宣揚)이란 말이 아직도 귀에 익숙할 정도이다. 그러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격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면서 유행을 타게 되고, 국어사전에도 정식 단어로 등재되었다.
우리나라의 국격은 꾸준히 상승되어왔다. 6 · 25 전쟁 후유증으로 세계 최빈국 반열에까지 오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시련을 이겨내며 경제선진국의 자리를 굳혔다. 세계은행이 발행한 ‘1990년대 동아시아의 기적’이란 글에서는 우리나라를 아시아 4대 용(龍)의 한 나라로까지 지칭하기도 했다. 경제는 물론 문화, 예술, 체육 등 다방면에서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국격을 상승했다. 그러나 요즈음엔 그 국격이 하향되고 있음을 느낀다. 조국 사태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윤미향의 정의연 사건….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것이 없다. 정권이 바뀌어야만 밝혀질 것 같다. 게다가 북한의 김정은과 김여정의 막가파식 언행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정부를 보면 국격은 그야말로 땅에 떨어진 느낌까지 든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의 마음을 씻어줄 정신적 지도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눈 씻고 봐도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 4일, 북한 김여정의 담화문을 보면 기가 막힌다.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탈북민들을 인간추물과 똥개에까지 비유를 했다. 또한 남조선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며,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를 깔보는 말을 퍼부어댔다. 압권은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다.”라는 말이었다. 쓰레기보다 더 더러운 말들의 잡문이었다. 김정은이나 김여정, 남매가 한결같이 똑같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우리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즉각 대응을 했다. 그 대응이 기가 막히다. 담화 발표 4시간 만에 통일부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서 정부와 여당이 관련자 처벌까지 진행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탈북단체에 대한 법인설립 허가 취소에 착수하고, 경찰에 수사까지 의뢰를 했다. 경기도 지사는 아예 한술 더 떠 대북전단 살포 시,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까지 거들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반복된 불법 행위를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복심인 한 의원은 탈북민을 향해 “그 나라가 싫어서 나온 사람들.”이라고 까지 비아냥거렸다. 의원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상식이하의 말이었다. 
북한의 막가파식 비난은 이에 그치질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평양 방문  시, 김정은과 오찬을 했던 평양 옥류관의 주방장까지 튀어나왔다.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라는 비난을 서슴없이 해댔다. 자다가도 분해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이렇게 우리의 국격이 땅에 떨어졌는가? 북한의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 대북전단은 핑계에 불과할 뿐, 대통령과 정부를 길들이려고 나선 게 분명하다. 13일, 또 다시 김여정의 독설이 이어졌다.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여권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각설하고, 이 기회에 정부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이젠 2018 남북정상회담의 환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북한의 막가파식 언행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로드맵을 재설정해야 해야 하며, 북한에 대한 우리의 국격을 다시 성찰해야할 때이다. 제 70주년 6 · 25전쟁일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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