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마이너스 정보
  • 안산신문
  • 승인 2020.07.01 15:30
  • 댓글 0
김미희 <소설가>

인간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간다. 자신이 행한 말이나 행동이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타인의 시선에 의해 부자유하게 느낀다. 공동체 사회에서 이러한 구속은 성장의 동기가 되기도 하고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전문 직업이 있고, 찾는 사람이 많아 바쁘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공부하랴 일하랴 나에게 주어진 일인 다역은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즐겁다. 그래서 때로는 ‘바쁘다, 바쁘다’를 연발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이 바쁘다고 한 무심한 한마디가 내게 칼날이 되어 돌아 올 줄은 몰랐다. 얼마 전, 어떤 모임에서 대표를 맡아 봉사를 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바쁘기도 하고 앞에 나서는 것도 부끄러워하는 체질이라 망설여졌다. 그러나 누군가는 맡아 그 일을 해야만 하였기에 개인적인 이기심으로 도망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가까운 친구가 모욕에 가까울 정도로 ‘넌, 바빠서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 일은 바쁜 가운데 해야 가치가 있는 것이지 한가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일이라면 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넌 바빠서 자격이 안 된다는 식의 억지 비판하는 사람들과 더 이상 상대하기 싫었다.
 중국 제나라에 추기라는 사람은 키가 8척이나 되는 거인으로 얼굴도 잘 겼다. 어느 날 아내에게 제나라에서 손꼽히는 미남인 서공과 자신 중에 누가 더 잘 생겼냐고 물었다. 그의 아내는 "그야 당신이 훨씬 미남이지요. 서공 따위가 어떻게 당신을 따를 수 있겠어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추기는 기분은 좋았지만 아내의 말만으로는 자신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첩에게도, 자신의 집에 찾아 온 손님에게도 똑같이 물었으나 모두 어찌 서공과 비교 하겠느냐며 추기가 더 잘 생겼다고 하였다.
 추기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내가 자신을 잘 생겼다고 하는 것은 편견이었다. 첩이 그렇게 말한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으며, 손님이 그렇게 말한 것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야심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은 추기의 외모가 서공에 비해 못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편견과 두려움, 야심 때문에 추기가 더 잘생겼다고 말한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추기는 자신의 단점을 말하는 사람에게 상을 내리겠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간언을 듣고 단점을 고쳤다.
 요즘은 정보화의 시대이다. 온갖 사생활과 비밀이 정보화라는 미명하에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공개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작 자신에게 하는 마이너스 정보를 듣기 싫어한다. 어떤 장관은 비판하는 ‘언론 길들이기 정책’이라고 버젓이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참을 수 없어 하는 얕은 정치인은 소인배나 다를 바가 없다. 자신에 대해 쓴 소리를 하면 들어서 고칠 수 있는 지도자. 그런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일 것이다.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지도자가 아쉬운 요즘이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도 마이너스 정보를 듣기 싫어한다. 자기 허물은 덮어두고 남의 결점만 찾아 용서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나도 내게 진짜 필요한 일로 바쁜지를 점검해 보았다. 꼭 필요하지 않는 모임은 과감히 정리 하였다. 쓴 소리 들은 덕분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도록 노력했다. 그 덕분에 내적 성숙과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보고 외면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고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나를 누가 가까이 하려고 할까마는 오히려 고언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이러니다.
 현대는 이기적이고 개성 강한 사람이 모여 산다. 응원의 한마디가 오히려 몰아세우는 것처럼 오해를 받기도 하였다. 말은 하는 것도 조심해야지만 오해 하지 않고 잘 듣는 것은 더 어렵다. 마이너스 정보! 들을 때는 기분 나쁠 수도 있으나, 그것을 약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에 달린 것이리라.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