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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누이 이야기
  • 안산신문
  • 승인 2020.07.0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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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배 글 그림, 사계절>

이억배의 <오누이 이야기> 그림책 표지는 호랑이 무늬다. 매우 인상적이다. 세로로 제법 큰 판형은 병풍처럼 느껴진다. 호랑이 무늬 책 표지를 넘긴다. 나오는 면지는 푸른빛이 도는 보라색이다. 이억배 작가는 어렸을 때 보았던 밤하늘의 색을 이 그림책의 주조 색으로 했다고 한다. 이런 밤하늘을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약간 어렵고 미묘하게 다가오는 색이다.
  면지를 넘기면 보랏빛 주조 색이 양면에 있고, 한 면에는 글, 이야기가 시작된다. ‘거기, 밤이 왔니? 아무리 밤이라도 아주 깜깜하지는 않지. (생략) 무성한 숲에 별빛도 가려지는 곳. 여기, 깊은 산골 외딴집에 오누이가 살아’ 하고 글만 있다. 그림책에 글만 있다니!
  글. 글을 읽으면 소리가 되어 나에게 들린다. 오랫동안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소리로 전해졌다. 우리는 어릴 적에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땀이 나는 두 손을 잡고 마음을 졸여가며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작가는 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글을 읽고 그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옛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큰 판형에 작은 그림이 그려져 있지만, 소나무의 솔가지 하나까지 그려진 섬세함이 놀랍다. ‘어머니는 산 넘어 굽이굽이 일을 하러 가.’ 글에는 숲과 함께 굽이굽이 고개가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산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우리나라 산은 산 등이 이어지고 산속에는 언덕이 있다. 고개를 올랐다가 내려갔다 하는 산길은 우리의 인생길이다.
  아쉬운 점은 전체적으로 글씨체가 작은 글씨에 연한 파란색으로 있어 힘이 없어 보인다.
  긴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엄마는 머리에 아이들에게 줄 떡을 이고 오다가 호랑이를 만난다. 이억배 작가가 그린 호랑이는 민화에 나오는 호랑이 모습이다. 어리숙한 호랑이는 친근해 보인다. 호랑이가 엄마에게 떡을 요구하고 마지막에 엄마를 잡아먹는 장면을 한 면에 작은 네 컷으로 표현했다. 속도가 빠른 진행은 잔인함을 감소한다.
  엄마로 변장한 호랑이와 오누이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말을 주고받는 말 겨루기를 한다. 첫 승리는 호랑이. 호랑이가 집안에 들어온다. 겨우 호랑이한테서 도망 나온 오누이. 나무에 올라간 오누이 장면부터는 그림이 가로에서 세로로 바뀐다. 세로 그림이 한쪽을 꽉 채운 것이 긴장감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줄을 잡고 올라가는 오누이 주위에는 오색구름이 있다. 다른 세계로 옮겨가는 오누이다.
  그 뒷 장면에는 호랑이 뒷다리와 꼬리가 보인다. 떨어지는 호랑이 옆에는 ‘툭 툭 투두둑 쿵!’ 글이 있다. 그 글을 보고 우리는 호랑이가 땅에 떨어져서 죽었음을 안다. 다음 장은 앞에 면지보다 조금 더 푸른빛이 노는 보라색이 한 면 가득 나온다. 한 장 더 넘기면 앞면지의 보랏빛이 있고, 오른쪽에는 처음처럼 글-소리로 마무리한다.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그림책이 끝난다. 호랑이 앞에서 오누이는 힘없는 개미다. 그렇다고 벌벌 떨면서 기죽지 말자. 하늘에서 줄이 내려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면 희망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우리 앞에도 호랑이 같은 존재가 많다. 호랑이와 마주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당할 것인가. 다른 방법을 찾아볼 것인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 이억배의 <오누이 이야기>를 보고 들어보라. 예부터 전해오는 선조들의 지혜는 내가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최소은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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