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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그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 안산신문
  • 승인 2020.07.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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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도대체 그 날, 그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167명의 어린이가 다니는 안산에서 꽤 알려진 사립유치원이다. 이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이 유치원의 한 어린이가 처음으로 식중독 증상을 보인 뒤 날이 갈수록 환자 수가 급증했다. 즉시 폐원도 하질 않았다. 초동대처 미흡으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 되고 말았다. 27일 정오 기준, 유치원 어린이 및 교직원 202명 중 111명이 식중독 유증상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어린이 15명은 햄버거병이라고도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을 보여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 어린이들 중 4명은 아직도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정말 어린이들에게 못할 짓을 어른들은 하고 만 것이었다. 투석은 인공신장기를 이용, 혈액으로부터 각종 노폐물을 걸러내는 것이다. 신체 내의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며 필요 이상의 수분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병원 투석실의 투석환자들을 보면 보통사람들은 그 안타까움과 무서움에 오래 있질 못한다. 그만큼 삶의 질을 힘들게 만드는 무서운 병이다.
SNS에 유치원 어린이의 투병 사진을 담은 학부모 글이 올라오고, 의심환자가 나온 뒤에도 등원을 계속한 유치원의 무책임한 대응을 비판하는 국민청원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6일엔 대통령까지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위생 점검에 만전을 기하라’고까지 발표했을 정도였다. 해당 유치원 학부모들은 법적 조치를 예고하며 이미 고소장을 제출했다. 보건 당국의 역학조사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더욱 애타게 만들고 있다.
문제가 된 10일과 15일 사이의 점심과 간식 등 6건의 급식이 급식실에 보존되어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보건당국은 의심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보존식이란 만일의 위생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찾기 위해 1인분 정도를 의무적으로 6일 동안 보관해두는 음식을 말한다. 유치원 원장의 단순 실수로 보존되지 않았다는 변명은 학부모들의 분노를 가증시켰다. 증거 인멸의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윤 시장도 30일까지의 유치원 폐쇄 조치를 더 연장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러나 버스 지나간 뒤 손 흔들면 무엇하고, 소 잃은 뒤 외양간 고치면 무엇하랴. 답답하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햄버거병은 1982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덜 익힌 패티(잘게 썬 소고기나 생선, 야채를 얇고 둥글게 뭉친 것)가 든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집단 감염되면서 햄버거병으로 불리어 오고 있다. 이 증후군은 단시간 내에 신장 기능을 손상시켜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염증, 급성신부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도 매년 2만 명의 환자가 발생해 200명 이상이 이 병으로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는 무서운 병이다. 특히 5세 미만 어린이와 노년층이 햄버거병에 걸리면 신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9월, 당시 4살 된 어린이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복통을 일으켰다. 병원에서 햄버거병 진단을 받고 그해 12월 퇴원했지만, 이미 콩팥은 90%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당국의 총체적 부실 대응으로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으면서 소송까지 가는 사회적 큰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이 무서운 병이 우리 안산에 그것도 유치원에서 일어났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다. 진즉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던 일이었는데 그래서 분노가 더 치솟는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식중독 세균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덥고 습하기 때문에 세균들이 번식하기에 알맞은 계절이다. 손 씻기와 익혀먹기, 끓여먹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보건 당국은 하루 속히 원인을 찾아내고 무엇보다 이 유치원 어린이들의 건강회복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유야무야 그냥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 이 나라의 꿈나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날, 그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답답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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