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컨베어시스템에 의한 높은 생산성과 고임금을 기반으로 표준화된 제품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경제, 사회, 문화의 축적 시스템을 일컫는 포디즘(Fordism)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의 설립자인 헨리포드(Henry Ford. 1863~1947)는 ‘We want to live in the present and the only history that is worth a tinker’s dams is the history we make today; 우리는 현재에 살기를 원하고, 한 푼의 가치라도 있는 유일한 역사는 우리가 만드는 오늘이다’라고 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삶이 결코 무의미 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쌀 한 말에 칠 푼 오리라도 오리 없어 못 먹더라’란 말이 있다. 아무리 작은 가치라고 해도 그것은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이다. 반면에 매우 부당하거나 터무이 없다는 의미의‘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라는 말도 있는데 작은 가치에 대한 조롱처럼 보인다. 조선시대(1633년)의 상평통보를 기준으로 한푼은 동전 한 닢으로 십푼은 1돈(전)이고 100푼이면 1냥이다. 쉽게 생각하면 한푼은 떡 한 개 또는 술 한잔이 값이라고 하면 현재 가치로 500원쯤 될 것 같다. 우리는 일상에서 액수가 작은 돈에 대해서 습관적으로 푼돈이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그리고 푼돈이란 이름이 붙여지면 아주 쉽게 소비될 운명에 처해진다. 물론 푼돈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전혀다르다. 어떤 사람은 백만원이 푼돈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겐 전재산일 수도 있다. 그래서 푼돈의 의미를 액수로 정할 수는 없다. 들려오는 이야기 중에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회장도 골프장 티오프 박스에서 티를 줍는다고 했다. 계란 한 개 값이지만 소홀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속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은 누구나 합리적 사고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인 행위는 전혀 비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을 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은 푼돈에 대한 심리적 구조를 연구하고 마케팅에 적용했다. 하버드 대학교의 존 구어빌(John Gourville)교수는 그의 연구를 통해 푼돈 프레임(Pennies-A-Day)의 효과를 증명했다. 예를 들어 구호 단체에 1년치 총액이 30만원이란 기부금을 모을 때 회사원들에게 두가지 방법을 제시헸는데 1년에 30만원을 기부하겠는가? 하루에 850원을 기부하겠는가?라고 했더니 총액으로는 30%, 하루로 쪼갠 푼돈으로는 52%가 기부하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홈쇼핑을 통해서, 백화점의 할부판매를 통해서 푼돈 전략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입장에서 푼돈은 우리의 삶을 질적으로 풍요롭게 할 수 있다. 필자가 다니는 교회가 운영하는 유치원에서는 원아들이 1년에 한번씩 돼지저금통을 복지재단에 기부하는 행사를 갖는다.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줄을 서서 저금통을 손에 쥐어주고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 예쁘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40년전이었다. 당시 서울 염창동에 살때였는데 영등포에서 버스를 탔다. 당연히 돈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버스 삯을 내려고 호주머니를 뒤졌지만 한푼도 없었다. 당황하고 미안한 표정을 바라보던 버스 안내원은 불쌍하게 여겼는지 그냥 내리라고 했다. 아마도 버스 삯은 백원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무시할 수 없는 푼돈의 가치를 깨달은 건 그 때부터였다. 지금도 책상위에는 돼지저금통이 있다. 일주일만 지나면 주머니 여기저기에 뒹구는 동전들을 모아 어김없이 넣는다. 하루에 커피한잔 값으로 굶주림과 병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오지의 아이들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할 수도 있다. 푼돈을 모아 일생에 한번 꼭 해보고 일이나 여행도 꿈꿀 수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이 그냥 본능적인 욕구에 소비하지 않고 한푼의 가치라도 만드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언젠가 교회에서 헌금을 하는 시간에 옆에 계셨던 할머니가 허리춤에서 돌돌말린 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손으로 펴서 반으로 접더니 헌금함에 넣으시는 것을 보고 나서 헌금의 가치와 사용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의 눈에 푼돈처럼 보일지 모르는 만원짜리 한 장의 가치는 누구도 평가할 수 없는 신앙과 기도와 헌신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었지만 지난달까지만해도 재난기본소득금의 지급으로 그나마 식당 등 소비시장이 활력을 가졌었다. 그러나 7월로 접어들면서 소비는 다시 위축되고 있다. 아마도 푼돈으로 지급된 돈의 사용이 거의 끝났기때문인 것 같다. 누구나 어려운 시련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대박의 꿈을 꾸는 것보다 작은 소망들을 쌓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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