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지난 6월 17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에 따르면 투기과열 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2주택 이상 보유가구는 주택신규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고 시가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을 실거주 목적외에는 주택담보대출을 할 수 없다. 그 외에도 소유권이전 등기할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수도권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은 전매제한기간이 2년추가된다고 한다.

내용을 보면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2주택이상 보유자가 신규주택을 왜 구입할까? 일반적이질 않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누가 실거주를 하지 않는 목적으로 고가주택을 구입할까? 2018년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총세대는 22,662,240가구이며 총 주택수는 17,633,327호로 1인 가구의 수가 늘어나면서 주택의 수요는 증가한 반면 공급은 부족한 형편이다. 총주택에서 아파트의 비중은 무려 61.4%인 10,826,044호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의 비중은 절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총인구 51,629,512명으로 나누어 보면 주택당 평균 2.93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소형 주택시장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것을 예측케 한다.    
  경제학은 자원의 유한성에 따른 희소가치를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생명을 살리는 산소의 가치는 절대적이라 해도 공기중에 무한하기 때문에 가격이 없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대출 규제와 종부세, 양도세 등 세금인상의 방법외에는 대책이 그렇게도 없나? 지금까지 규제와 세금을 강화할수록 아파트값은 그 이상 올랐다. 강남아파트값 잡는다고 정부마다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파트 값은 상승을 멈추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도 수차례 부동산정책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강남 아파트값은 폭등했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아파트 건설을 한다고 발표만 해도 주변 땅값이 올라 분양가는 높을 수밖에 없다.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점점 요원해지고 전세나 월세가격도 만만치 않다. 가격의 경제적 이론을 몰라서일까? 수요와 공급의 법칙, 기펜제나 위풍제의 이론을 몰라서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는 그의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풍요로운 현대사회에서 소비의 목적은 필요한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상품은‘위신, 성공, 행복, 상류신분, 풍요로움’의 상징을 가지고 있다. 소비의 진정한 목적은 상품이 가진 상징을 소비함으로서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는데 있다’고 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아파트는 단지 주거시설로서의 효용가치로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신분과 위신, 성공을 상징하는 증표로 작용한다. 미국에서 뉴요커들처럼 서울에서 강남에 주거하는 것만으로 사회적 지위가 차별적 우위를 갖는다. 심지어 강남에서 조차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과의 구별을 위해 울타리를 치는 사례를 기사를 통해 접하곤 했다. 학군, 문화, 교통, 편의성 등의 사용가치와 아파트 건축 생산원가를 비교해가며 아파트 가격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의 90%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에만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도시화 현상은 좁은 지역의 인구밀도를 증가시킨다. 그만큼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가 밀접해진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사회적으로 관계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안에서 경쟁하는 인간이다. 홉스는‘인간의 삶은 만인이 만인을 위한 투쟁’이라고 했다. 경쟁은 인간의 본성이다. 경쟁은 비교적 우위를 가질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존경받고 싶은 욕구가 외적으로 강화될 때 상징적 가치의 소유에 대해 집착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인간의 심리적 욕구를 이해하는 부동산 정책의 접근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냐고 질문할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의 수도인 리치몬드에 간적이 있다. 도심에 부자들이 살지 않는다. 도심의 주거시설은 하루 일해서 먹고 살아가는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부자들은 도심을 떠나 시외로 주거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행정수도를 옮기면 집중화된 서울인구를 분산시킬 수 있다고 했지만 오히려 수도권 인구는 증가하고 집값만 올려놓았다. 서울 주변의 위성도시를 베드타운 정도로 전락시키지 말고 상징적 가치를 부여하는 부동산 정책을 펴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상징적 가치를 자랑스럽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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