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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 안산신문
  • 승인 2020.07.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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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르 까뮈, 열린책들>

1940년대 어느 봄 프랑스령 알제리의 소도시 ‘오랑’에서는 괴이하고도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도시의 집, 거리, 골목에 수많은 쥐떼들이 끊임없이 나와 피토하고 죽어가는 것이다. 마치 집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땅이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분비물을 뽑아내고 이제까지 그 속에서 자라던 곪은 혈농을 터트려 뿜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쥐 출몰이 멈추자 이번에는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의사인 베르나르 리유는 그것이 페스트인 것을 알고 동료들과 함께 도청에 대책을 요구하고 처절한 싸움을 시작한다.
  마침내 전염병의 만연으로 도시는 폐쇄되고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다. 도시 밖에 가족, 연인을 둔 사람들은 이별이라는 또 다른 고통을 겪는다. 리유도 요양을 위해 먼 도시에 가있는 아내와 연락이 어려워진다. 기차와 선박의 운항이 끊어진 해안도시 오랑은 물자부족에 시달리고 불안에 떠는 주민들은 폭동을 일으킨다. 전염병은 점점 창궐하고 사망자는 폭증한다. 넘쳐나는 시신을 묻을 장소가 없어 한 구덩이에 남녀구분 없이 한꺼번에 묻는다. 장례식에 온 가족들은 현장이 통제되어 공동묘지 밖에서 기다리다 발길을 돌린다.
  예심판사 오통씨의 어린 아들이 페스트균에 침범당해 임시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가망 없는 상태가 되고, 리유는 마지막 희망으로 의사 카스텔이 만든 혈청을 주사하고 밤새 지킨다. 선(腺)페스트가 온몸을 침식하여 고열과 사지가 뒤틀리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아이는 다음날까지 지독한 사투를 벌이지만 결국 숨을 거둔다. 페스트에 대하여 어쩌면 추상적으로 분개하고 있던 리유 일행은 아이의 죽음으로 페스트를 구체적으로 겪게 된다. 그리고 아이의 죽음을 종교적으로 받아들이는 파늘루 신부에게 사람들이 페스트로 고통당하는 이 세상을 죽는 날까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고립과 죽음의 도시 오랑에도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페스트와 싸우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의사 리유와 그의 친구 타루, 파리 유명신문의 기자 랑베르, 성직자 파늘루, 도청 하급직원 그랑 등이 그들이다. 그들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보건대를 조직하고 격리수용자 수용소를 관리하며, 상황을 집계하고 자료를 정리한다. 그들은 페스트 환자를 일선에서 접하고 돕는 일에 밤낮을 가리지 않았기에 몇 달 뒤에는 모두 탈진하여 집중력이 떨어져 병에 감염되는 불행을 겪기도 한다. 이듬해 2월이 되어서야 전염병은 기세가 꺾이고 오랑시는 페스트로부터 해방을 맞는다. 그동안 리유와 우정이 깊어진 타루가 페스트에 걸려 숨을 거두고, 예심판사 오통씨도 자원봉사를 하던 수용소에서 감염되어 세상을 떠난다.
  독자들은 소설 <페스트>에 나오는 오랑시의 모습에서 코로나를 겪고 있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이 1947년에 발간된 점을 감안한다면, 전염병이 세균 등의 병원성미생물에 의한다는 것을 인류가 발견한 지 겨우 70년 뒤의 사건인 셈이다. 그러니 2020년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피해상황과 대응방법 등을 80년 전 까뮈의 상상력에서 모두 찾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페스트 치하에서 통제되고 고립된 사람들의 고통은 시대를 뛰어넘어 요즘의 우리와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소설 <페스트>에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경로로 접근해 보는 것이 유익하겠다. 첫 번째는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대로 전염병 페스트와 싸우는 사람들의 반항정신이다. 의사 리유와 타루 등 보건대 사람들은 페스트로 인한 죽음과 고통을 신의 섭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위험에 노출된 약한 인간의 모습 그대로 죽을 때까지 싸운다. 그것은 반항으로 비쳐지지만 끝까지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 처절한 긍정이기도 하다.
  두 번째, 까뮈가 언급한 것처럼 페스트 하의 도시 오랑은 나치 독일의 압제 밑에서 신음하는 프랑스를 의미하기도 한다. 나치 독일의 살육과 탄압은 부조리이고 거기에 반항하는 레지스탕스는 소설의 보건대가 상징하고 있다. 이 소설이 쓰인 칠판 년의 기간은 프랑스가 독일 치하에 있던 시기에 포함된다. 
  세 번째, 페스트는 우리의 인생 혹은 우리 삶 속에 있는 크고 작은 부조리로 본다. 소설의 서술자 리유는 페스트와 싸우는 보건대 사람들은 영웅이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인간의 삶속에 있는 부조리에, 모든 사람이 저항하는 것은 그들이 영웅이어서가 아니라 다만 인간이기 때문이란다. 까뮈는 소설 <이방인>에서는 한 개인의 삶속에 있는 부조리에 반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소설 <페스트>에 이르러 삶의 문제를 사회와 세상으로 확장시킨다. 소설 페스트에서 리유의 친구 타루는 소싯적에 차장검사인 자신의 아버지가 피고인을 죽이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회의를 느끼고 가출했었다. 후에는 자신도 세상 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일에 동의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드디어는 세상의 부조리와 싸우는 일에 나서게 된다. 그래서 타루는 보건대의 한 사람으로 페스트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알베르 까뮈는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소설 <페스트>는 발간된 뒤로 제2차 서계대전 이후 최고의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인간의 주체성을 깨닫고 부조리에 반항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페스트>는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건조해 보이는 이야기에 번역소설 특유의 쉽게 와 닿지 않는 문장이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다보면 금방 몰입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세기 문화를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품인 것은 분명하니, 누구에게든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장범 (안산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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