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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휴가
  • 안산신문
  • 승인 2020.07.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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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새털구름을 헤치고 비치는 밝은 햇살은 투명하고 맑은 하늘이다. 이렇게 올 여름은 장마가 길고 늦더위가 올 것이란 예보다. 코로나 19로 가라앉은 사회적 분위기와는 달리 벌써 여름 휴가지는 만원이라고 한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시부모님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부모님은 결혼생활 30년이 넘도록  큰 며느리인 나에게 농사일을 거들게 하지 않으셨다.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자주 찾아뵌다고 해도 토요일 오후에 가서 일요일이면 와야 하기 때문에 일을 거들 틈도 없긴 했다. 농촌에는 항상 일손이 태부족이고 그나마 농촌을 지키는 사람들은 노인들뿐이다. 새참 한번 제대로 한번 내가지 않았고, 풀 한포기 뽑아 준적도 없으면서 철철이  과일과 채소 곡식들을 가져다 먹으니 주위의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한다.
 우리는 해마다 여름휴가가 되면 농사일은 거들지 않아도 시댁에 가서 보내고 왔다. 집 앞으로 실개천이 흐르고 있어 아이들은 물가에서 놀고 어른들은 마을 위 저수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면서 휴가를 보냈다. 휴가쯤이면 고추를 농사짓는 시댁은 고추 따기가 한창 일 때다. 아버님은 당신이 일을 하시면 우리들도 거들까봐 당신도 우리가 오는 날은 쉬신다. 시골에 와서는 쉬다 가야지, 농사일을 하고 가면  다음날 회사일이 힘들다고 절대로 못 하게 하신다. 우리는 휴가 때마다 북적대는 휴양지를 찾아 바가지요금 쓸 일없이 편안한 휴가를 택하고 있다. 휴가 때만큼은 부모님과 함께 보내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도시생활에 깃든 친구네 부부는 농촌 생활을 부러워한다. 몇 년 전 여름휴가에는 친구가 농촌 체험을 하고 싶다고 졸라서 친구의 가족 네 명을 함께 데리고 시댁에 갔다. 여덟 명이 함께 시댁에서 고추 따기를 거들었다. 처음으로 하는 농사일이지만 모두 즐겁고 신나는 놀이처럼 열심히 거들었다.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고 친구네 부부도 처음 해보는 농사일을 보람 있어 하며 고추를 땄다. 나만 처음 하는 고추 따기가 힘에 겨워 쩔쩔매며 괜히 친구네 식구들을 데리고 왔나하는 은근한 후회까지 했다. 오전에 고추 따기는  끝났다.
 일이 끝나고 식구들과 함께 먹는 밥은 모두 꿀맛이라며 평소보다 배나 더 먹고 뒤꼍에 몇 그루 심어둔 사과와 복숭아를 따면서 어른들은 여유를 즐겼고 아이들은 개울가에서 옷을 몇 벌씩 버려가며 물놀이를 즐겼다. 낮에는 흐린 날씨가 밤이 되면서 개어 밤하늘엔 별이 초롱초롱하여 아이들과 밤하늘의 별을 보며 어린 시절 추억을 새겨보기도 했다.
  처음으로 한 일이 폐가 되었을 텐데 오히려 동네 분들에게 자랑하시며 고마 하시는 걸 보면서 이젠 시댁에 올 때마다 농사일을 조금이라도 거들어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친구네 가족에게도 마늘, 고추, 과일 등을 한아름 싸주셔서 데리고 간 내 마음까지도 뿌듯하게 느껴지는 휴가가 되었다.
 지금은 시부모님이 연세가 더 드셔서 농사일도 많이 줄여서 일 할 것도 없다. 올 여름 휴가도 시댁에 가서 백숙이나 끓여 먹으면서 편안히 쉬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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